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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21:02:01 수정 : 2017.01.12 09:34:11 달포 전 쓴 칼럼


[경향의 눈]나비 효과 +α

영국 식민지 시절 미국에서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들은 브랜디나 와인보다는 값싼 럼을 즐겨 마셨다. 미국 정착민들은 구하기 쉽고 싼 카리브해 당밀을 수입해 럼을 만들었다. 그러자 영국은 1733년 프랑스령 카리브산 당밀에 높은 수입관세를 매기는 ‘당밀 조례’를 발표했다. 식민지 사람들에게 영국산 당밀을 사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조례는 미국 하층 노동자들까지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게 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미국 2대 대통령이던 존 애덤스는 1818년 8월11일 친구 윌리엄 튜더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난 당밀이 미국 독립의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왜 얼굴을 붉혀야 하는지 모르겠어. 수많은 위대한 사건들이 그보다 훨씬 사소한 이유에서 기인했지 않았나.”(에이미 스튜어트 <술 취한 식물학자> 발췌)

어마어마한 사건이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 경우는 부지기수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 등 언론의 끈질긴 취재와 보도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어찌보면 사소한 두 사건이 엮이면서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한 것은 공교롭다.

2015년 7월 검찰은 해외 원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로 범서방파 행동대장 이모씨를 체포했다. 조사과정에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100억원대의 도박을 한 게 드러났다. 정 대표가 선임한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정 대표가 앞서 다른 도박사건에서 전관인 홍만표 변호사를 선임한 게 드러났고, 홍만표 변호사-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진경준 전 검사장 연줄이 나왔다. 진 전 검사장은 게임회사 넥슨으로부터 주식을 받았고 우 전 수석 처가는 넥슨과 부동산 거래를 한, 그들만의 내밀한 속사정도 드러났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경향신문 자료사진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때만 해도 사건은 법조 비리에 머물렀다. 한데 청와대가 끼어들어 우 전 수석을 비호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그 뒤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설립, 삼성 등 재벌 민원 청탁,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박 대통령 세월호 7시간 행적, 최씨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부정입학,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졌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법꾸라지(법률 미꾸라지)’들과 정치꾼들, 정권의 부역자들이 청와대에서 농성을 하며 빠져나갈 길을 찾았지만, 하늘이 내려다보고 땅이 올려다보는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순실씨/경향신문 자료 사진최순실씨/경향신문 자료 사진


정유라씨 개도 뜻밖의 역할을 했다. 최순실씨는 3년 전 정씨 개를 최측근인 고영태씨에게 맡겼다. 고씨는 최씨가 설립한 ‘더블루K’ 이사다. 고씨는 운동을 하느라 개를 혼자 두고 나갔고, 그 때문에 최씨와 고씨 사이가 틀어졌다. 고씨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개 문제로) 최씨가 모욕적인 말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 옷을 맞추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녹화한 뒤 언론에 제보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나비 효과’의 실증(實證)이다. 이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 날갯짓이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된다는, 작은 사건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과학 이론이다. 다만 박·최 게이트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그것도 한 방향으로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는 나비 효과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시민들의 개인적, 집단적 의지가 개입된 점이다. 사감이 있었지만 고영태씨는 언론 제보를 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는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서도 국회에서 증언을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TV조선, JTBC에는 시민 제보가 줄을 이었다. 의혹 내용을 직간접으로 확인해주거나, “답변할 수 없다”면서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도 있었다. 


“최순실 이름도 못 들어봤다”던 대표 법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꼬리를 밟은 이는 평범한 누리꾼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주갤러)’ 이용자가 제보한 동영상에는 2007년 최태민, 최순실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박 후보 법률지원단장이던 김기춘 전 실장 모습이 생생하게 잡혀 있다. 

촛불시위/경향신문 자료 사진촛불시위/경향신문 자료 사진


무엇보다 노동에 지친 피곤한 몸을 쉴 금쪽같은 토요일, 볼이 빨갛게 언 아이들과 촛불을 들고 나온 1000만 시민이 있었다. 이들은 검질기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부르짖었다. 전체주의와 사상 통제를 통렬하게 비꼰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기만의 시대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신실하고 선량한 절대군주인 양 치장한 대통령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것, 거짓의 둥지로 전락한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드는 행위 자체가 혁명적 행동이다. 촛불의 미약한 일렁임이 일으킨 파동은 혁명의 열풍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

Posted by 최우규





#우선, 이 글은 정밀한 관찰과 사색, 논증과 반박 및 재검토를 통해 작성된 게 아니라 백일몽처럼 지어졌다. 따라서 이 글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될 가능성도 모두 있다. 어느 쪽에 무게가 더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걸 알면 돗자리 깔겠다"고 하겠다. 대신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심판 대리인들의 언행을 보면 이런 일이 절대로 없겠다고 확신은 못하겠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줘 왔기에.


#아들은 이따금 “아빠는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세요”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낸다. “아빠가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이 요구되는 직업을 가진 지가 20년이 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가족에게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자꾸 그러네”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다. 기자들 가운데 늘 즐거운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간혹 있는 그런 종류의 이들은 대체로 기자 생활을 오래하지 않고, 하더라도 마지막 직업을 기자로 마치지 않는 것 같다.


#과거 정치부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고문을 담당하는 마크맨이 됐다. ‘좌희정 우광재’는 나 같은 막내 기자를 붙들고도 “우리 노짱이 꼭 대통령 된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럴 때마다 “웃기고 있네. 허구헌날 어음 발행하지 말고 현찰을 좀 내놓아봐”라고 대꾸했다. 시비걸듯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 정치부 정당팀 막내와 당시 지지율 꼴지 그룹에 속한 주자의 스태프가 갖게 되는 일종의 공감 비슷한 것이 있어서, 좀 편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돈을 내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음은 ‘잘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 현찰은 지지율을 뜻하는 우리들만의 일종의 암호였다. 하지만 이런 대화가 오가고 1년 정도 뒤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써놓고 보니, 내가 비관론자이자 회의론자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도 안희정 현 지사, 이광재 전 지사와 남 못지 않게 친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자랑하고 있다. 비관·회의론 못지 않게 기자들에게 따라붙는 특질중 하나는 잘난 체인 것 같다. 이것도 직업병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저런 분위기를 보면 ‘탄핵신청 인용’ 쪽에 무게가 더 실린 것 같다. 하지만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른 부서보다 정치부에 좀더 오래 몸담고 있었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 같아”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여전히 회의론자이며 비관론자에 머문다. “글쎄 6대 4 정도(도대체 이 숫자를 내가 왜 생각해냈는지 과학적으로 설명 못하겠다. 다만 최근까지 여러 여론조사 상 수치를 뇌가 어렴풋하게 기억 밑바닥이 저장해놓았다가 이따금 꺼내는 것 같다)로 인용 쪽인 것 같지만, 어떻게 알겠어?” 그러다 오늘 서울대 조국 교수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린 글(https://www.facebook.com/kukcho?fref=nf&pnref=story)을 보고 비관론에 왕창 기름이 부어지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


경향신문 장도리 화백 그림경향신문 장도리 화백 그림


#조국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심판 선고일 직전(뭐 극적 효과를 노린다면 선고 전날이나 당일 오전 일찍이 될 수도) 전격 사퇴를 선언하고 청와대에서 짐을 싸서 서울 삼성동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i) 탄핵 인용, (ii) 탄핵 기각, (iii) 사퇴했으므로 각하 등 세 가지 의견으로 갈릴 것이다. 그러면 탄핵 인용으로 결론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법재판소/경향신문 자료사진헌법재판소/경향신문 자료사진


좀더 비관적으로 보자면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사퇴 선언을 하고, 탄핵심판 선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재판관들에게 대통령 사퇴서 정·부본이 전달돼 사퇴한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면 탄핵 인용은 물건너 가게 될 것에 500원을 걸 수 있다. 헌재 재판관 8인 중 대체로 2명은 기각에 가깝다는 게 현재까지 추정이다. 그럼 그 2명은 계속 기각 입장을 취하거나, '사퇴했으므로 각하' 쪽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탄핵을 받아들이는게 옳다고 봤던 심판관중에서도 ‘이미 물러났으므로 인용해봐야 실익은 없고 혼란을 부추길 뿐’이라면서, 혹은 그것보다 더 이해가 가는 이유를 내세워 각하 쪽 손을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단 1명만 각하 쪽에 손을 들어 인용하자는 재판관 수가 5명 이하로 내려가면 탄핵은 인용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법과 정치의 단계라면 그 다음은 정치의 광풍이 몰아치게 될 것이다. 조국 교수 말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이 진행되는 두 달동안 자신의 삼성동 자택에서 농성 정치를 시작할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검찰 수사는 거부하며 버틸 것이다. 2000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해 언론대책 문건 등을 놓고 검찰이 체포하려고 했을 때에도 집에서 농성해 끝내 체포하지 못했다.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던 자가 집에서 농성을 하면 어떻게 될까. 봄은 봄이되, 봄이 아닌 1980년 봄이 37년만에 재연될 것이다. 더 혹독하고 심하게.


#자, 이제 박근혜 ‘전직’ 대통령은 “잡아갈테면 잡아가라. (소위)태극기 시민이 촛불시민보다 많다. 이게 민주검찰이냐”고 외칠 것이다. 이에 감읍한 어떤 당의 당원과 국회의원은 물론 친박 단체, 어버이연합, 일베 같은 극우단체, 시청광장을 메운 반탄핵 시위단체들이 모여들어 말 그대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서 농성 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세우고 총궐기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겸 총리나 유승민·남경필·홍준표 같은 여권 주자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글쎄 이 점에서도 극히 비관적이다. 대선은 야권 주자 누군가가 이길 것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경향신문 자료사진


다만 선거 과정에서 보수(이런 이들을 보수라고 하기도 뭐하다. 그냥 '친박'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층은 ‘대통령 불구속기소와 궐석재판, 초스피드 진행에 따른 확정판결 뒤 차기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야권 내에서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할 것이고 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정의나 개혁 등 의제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대통령에 선출돼 바로 취임하더라도 박근혜 세력은 여전히 농성을 벌이면서 국정을 발목잡을 것이고, 그 누가 대권을 쥐어도 국회 재적 3분의 1에 불과한 여당은 야당들 눈치보느라 개혁 조치들은 뒤로 줄줄이 밀리고. 


#여기까지가 조국 교수 글에 의해 촉발된 내 비관론과 상상력이 다하는 지점이다. 웹툰 작가 이말년식이라면 ‘그렇게 해서 갈등이 고조되고 지각이 변동하다 우주인 침공을 맞아 지구는 멸망한다’는 식으로 끝나겠지만.


웹툰작가 이말년 작품웹툰작가 이말년 작품


 이런 식으로라도 비관론과 회의론을 털어놓았으니, 오늘 오후부터는 조금 더 낙관적이고 즐거운 상상을 해야겠다. 써놓고 보니 이건 ‘의식의 흐름’도 아니고, ‘무의식과 개꿈의 합주’쯤 되는 듯하다.


Posted by 최우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장과 개념을 비비 꼬아놓은 역사·정치 서적보다 훨씬 나은 교보재다. 외부인들에게 미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미국민은 독립 이래로 약자를 보호하고 자유를 숭앙하는 청교도적 면모를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미 대선 기간에 유권자들, 특히 백인 저소득 노동자들은 이를 벗어버린 것 같았다. 한풀이와 이익 극대화를 위해 트럼프에게 손을 뻗었다. 트럼프는 골프장에 난입한 격투기 선수 같았다. 자기만의 규칙을 들이대며 난동을 피우다시피 했다. 그의 당선 이후 ‘이게 미국의 본심이었다’라는 분석이 대세였다.


도널드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트럼프는 당선된 당일만 점잖게 굴었다. 취임 직후 “설마 지킬까”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논란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공약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파장이 가장 컸던 게 반(反)이민 행정명령이다. 이슬람 7개 국적자 입국·비자발급과 난민 입국을 90~120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테러를 할 나쁜 놈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들은 주먹을 쥐고 시위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콧방귀로 답했다. 균열은 진영 내부에서 시작됐다. 국무부 관리들은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메모에 서명을 했다.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도 트럼프에 맞서다 시쳇말로 잘렸다. 주 법무장관들은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판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600곳 가까운 대학 총장들, 가수 마돈나, 레이디 가가, 배우 메릴 스트립, 나탈리 포트만 같은 스타들도 가세했다.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정보기술 기업 130여 곳도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저항에 고위관료, 판사, 거대기업, 스타 등 기득권층이 앞장섰다. 트럼프 취임 이후 2주 동안 벌어진 일이다. 이런 변증법적 전개가 실제 일어나다니, ‘이게 미국의 진심인가’ 싶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로 분장해 비꼬는 배우 메릴 스트립도널드 트럼프로 분장해 비꼬는 배우 메릴 스트립

 그래서 아쉽고 아프다. 한국 박근혜 정권의 반헌법적 조처는 임기 초반부터 시작됐다. 많은 징후와 경종, 사고에도 불구하고 저항은 3년 반 뒤에나 본격화됐다. 미국서는 줄탁( 啄)이 함께했지만, 한국서는 안에서 알을 깨려는 ‘줄’은 부족했고 밖에서 쪼아대는 미미한 ‘탁’에 의존했다. 보름과 3년 반이라는 저항의 속도 차이는 이렇게 갈렸다.


 프로이센 재상 비스마르크는 공직자를 “펜을 가진 동물”이라고 했다. 생각은 없고 반민주적인 엘리트들이 일을 지체시키고, 끊임없이 서류를 만들어낸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선 의미 있는 숫자의 공무원들이 그런 동물이기를 거부했다. 한국에선 소수를 제외하고 짐승의 룰을 따랐다. 대통령과 실세의 말을 메모하느라 받아쓰기 실력만 늘었다.


 한국 일부 대학 총장들은 분에 넘치게 자리를 탐하려고 아등바등했다. 선거에서 2등 한 이가 1위를 누르고 선임되거나, 비선 실세 요구를 몰래 들어주다 들통나 망신을 당했다. 기업들은 불법적 요구에 저항보다는 거래로 대처했다. 돈을 갖다 바치며 민원을 해결했다.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동료, 선후배를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찍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대가로 정부와 관련 단체의 높은 직책을 챙겼다.


경향신문 김용민 화백 작품경향신문 김용민 화백 작품

 한국민이 유독 못났거나 비겁해서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보복 수단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그렇지 못하도록 견제되는 대통령제 차이인가. 그럴 수도 있다. 전란과 분단, 독재를 겪으면서 돋아난 아비투스(habitus)인가. 태극기와,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눈물로 “우리 대통령을 살리자”고 호소하는 이들을 보면 그런가 싶다.


 그토록 강력하되 무책임했던 대통령이 시민들 요구로 물러나기 직전이다. 다음 대통령은 현 사태를 딛고 됐으니 농단과 작란이 재연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은 말했다. “순진한 사람의 신뢰는 거짓말쟁이의 가장 유용한 도구다.” 현실에서 남의 선의에만 기대는 순진함은 어리석음과 동의어다. 의심하고 회의해야 한다. 누구든 주위에 실세와 비선이 있다. 대통령이 되면 응당 스스로 경계해야 하나 쉽지 않다.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현재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촛불집회 - 경향신문 자료 사진촛불집회 - 경향신문 자료 사진

 공직자, 학자, 예술가, 시민은 대통령, 또 힘있는 사람 앞에서 선택해야 한다. 손을 내밀지, 주먹을 쥘지. 그 기준점, 잡기 어렵지 않다. 내 언행은 검사와 판사 앞에서 떳떳할 수 있나. 기자 회견장에서, 동료 앞에서, 가족에게 떳떳할까.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가. 스스로 떳떳하다면, 역순으로 따져봐야 한다. 가족과 동료 앞, 기자 회견장, 재판정에서도 거리낌이 없나. 모두 ‘그렇다’면 그 언행은 해도 되는 권리일 뿐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이다. 그렇게 쥔 주먹의 힘은 술잔에 넘칠 만한 물 정도겠지만, 더해지고 보태져 대륙을 도저하게 흐르는 강이 된다.

Posted by 최우규


메탈 키드(이젠 나이가 나이여서 ‘키드’라는 말은 민망하지만)들이라면 눈이 번쩍 띄일 공연이 열립니다.

기타리스트 슈퍼그룹 ‘제너레이션 액스(Generation Axe)’  내한 공연이 4월9일 일요일 오후 6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펼쳐진답니다. 멤버 하나 하나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합니다.

이 그룹은 아이바네즈를 무기로 놀라운 테크닉을 선 보여온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결성했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아티스트가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면 대체로 자기보다 처지는 선수를 영입해야 하거늘, 이 그룹은 진용을 보시면 놀랄만합니다. 


1980년대 메탈 키드와 기타 키드의 심금을 뒤흔든 바로크 메탈 선구자이자 속주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오지 오스본 밴드 출신으로 덩치 못지 않게 마초적 연주 스타일을 자랑하는 잭 와일드(Zakk Wylde), 밴드 익스트림에서 펑키함과 강렬한 드라이브감을 선보인 누노 베텐코트(Nuno Bettencourt)가 포함돼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8현 기타를 갖고 퓨전, 데스메탈,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 등 다양한 요소를 합친 속주를 선보이는 기타리스트 토신 아바시(Tosin Abasi)도 함께 한답니다.

베이스는 프랭크 자파 밴드 출신 피트 그리핀(Pete Griffin), 키보드는 잉베이 맘스틴 밴드 출신 닉 마리노비치(Nick Marinovich), 드럼에는 보벳(JP Bouvet)이 맡습니다. 

보도자료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결성 이후 한 달여 만에 총 26회의 미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색적이고 독특한 공연 구성에 찬사가 이어졌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주와 잼(Jam)을 두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록 공연이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사운드에 관객의 에너지가 더해졌고 전설적인 다섯 기타리스트가 나란히 서서 연주하는 진풍경은 덤이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에이아이엠은 '기타리스트 개개인의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워 제너레이션 액스는 오랜 시간 투어를 지속하지 않는다'며 '이번 투어가 드물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멤버들이 언급한 만큼 록 마니아라면 놓칠 수 없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너레이션 액스 공연예매는 2월 14일(화) 낮 12시부터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문의 02)3141-9226”


이전 공연 세트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꽤 흥미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리틀윙, 프랑켄슈타인, 하이웨이 스타는 딱 '70, 80' 록 키드를 위한 곡들이죠. ㅎㅎ

Performer(s)

Song

Abasi, Bettencourt, Malmsteen, Vai, Wylde

Foreplay (Boston)[1]

Abasi

Tempting Time
Air Chrysalis

The Woven Web

Abasi, Bettencourt

Physical Education

Bettencourt

Get the Funk Out
Midnight Express

Extreme
 solos medley

Bettencourt, Wylde

Sideways (Citizen Cope)

Wylde

N.I.B. (Black Sabbath)
Whipping Post
 (The Allman Brothers Band)
Little Wing
 (Jimi Hendrix)

Malmsteen

Spellbound
Into Valhalla

Overture
Far Beyond the Sun

Trilogy

Echo Etude
Acoustic

Malmsteen, Vai

Black Star

Vai

Now We Run
Tender Surrender

Gravity Storm

Building the Church

Vai, Abasi, Bettencourt, Wylde

Frankenstein (Edgar Winter)

Abasi, Bettencourt, Malmsteen, Vai, Wylde

Highway Star (Deep Purple)


p.s. 근데 맘스틴이 저렇게 살을 뺐나요?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