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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다닌 부서가 많다보니 보도자료도 참 다양하게 온다. 직전에 정치부 쪽에 있어서 정치 관련된 내용이 제일 많기는 하지만. 특정인이나 세력의 주의·주장, 상품·서비스 홍보 같은 게 제일 많다. 개중에는 그냥 버리기 아까운 것들도 있다. 과거 애경에서 보내줬던 고어텍스 등 기능성 제품 관리 방안이 그렇다. 오늘 이메일 뒤적이다 본 이 보도자료에도 나름 괜찮은 정보가 쏠쏠하게 들어 있다.

겨우내 탔던 자동차의 봄철 관리 방법이다. 뭐, ‘결론은 해당업체(보쉬) 제품 사서 달면 좋아요’이긴 하나, 타이어 공기압 처럼 살펴볼만한 점을 잡 짚어놨다.


①윈드 쉴드에 얼룩이 남거나 ‘드르륵’ 소리가 나면 와이퍼 교체하기

와이퍼는 미세 먼지와 황사, 비로부터 깨끗한 시야를 확보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와이퍼 블레이드가 지나간 자리에 얼룩이 남고 ‘드르륵’하는 소리가 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교체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6개월 혹은 평균 연 1~2회마다 점검하는 것을 권장한다.


②앞 유리 흠집과 와이퍼 블레이드 마모 예방을 위해 워셔액 보충하기

워셔액은 와이퍼와 함께 사용하는 유리 세정액이다. 워셔액이 부족한 상태로 와이퍼를 작동하면 앞 유리에 흠집이 나거나 와이퍼 블레이드 고무가 손상될 수 있다. 워셔액이 부족할 때는 엔진룸(보닛)을 열고 파란색 뚜껑을 열어 보충해주면 된다. 최근 이 워셔액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직접 만들어쓰면 좋기는 한데, 불편하기도 하고. 그럴 땐 워셔액을 뿌려 닦은 뒤 차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면 좋다고 한다. 문을 열고 워셔액을 뿌리면 차 문 안쪽에 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쉬 와이퍼 블레이드-자료 제공해줬으니 이 정도는 써주는 게 상도의(ㅎㅎ).보쉬 와이퍼 블레이드-자료 제공해줬으니 이 정도는 써주는 게 상도의(ㅎㅎ).


③각종 미세먼지 여과하는 에어컨·히터 필터 주기적으로 교체하기

에어컨·히터 필터는 각종 미세먼지로부터 운전자와 동승자의 호흡기를 보호하는 부품이다. 에어컨·히터 필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여과지의 정전력이 약해져 여과 성능이 떨어지고 곰팡이로 인해 오염이 될 수 있다. 평균 1만5000㎦ 운행 시, 혹은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것을 권장한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반드시 교체해야.


④타이어 마모 여부, 공기압 확인하기

타이어는 육안으로 수시 점검하고, 3개월에 한 번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는다. 마모된 타이어는 제동력이 떨어져 사고의 위험이 커지므로, 마모되거나 경화된 타이어는 즉시 교체한다. 타이어는 공기를 너무 많게 혹은 적게 주입하면 손상되거나 펑크가 날 확률이 높아지므로 타이어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기준에 맞춰준다.

빨간 페라리. 자동차 운전면허 자격증 소지자의 로망 아닐까.빨간 페라리. 자동차 운전면허 자격증 소지자의 로망 아닐까.


⑤배터리는 인디케이터의 색상으로 확인하기

배터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용량이 서서히 감소한다. 배터리 상태는 배터리 상단에 있는 인디케이터의 색(초록 정상, 검정 충전 필요, 투명 점검 필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단자 연결부가 견고하게 연결됐는지 확인해야 하며, 단자의 백화현상 여부나 연결선의 피복 상태 확인도 중요하다.


⑥엔진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 오염 확인하기

냉각수는 실린더 주변을 돌며 엔진의 열을 식히는 부품이다.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탁하거나 어둡게 변했다면 교체가 필요하다. 냉각수는 평균 4만㎞ 운행 시, 2년마다 교체해준다.

쉐보레 태호. 문이 열리면 CIA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위용.쉐보레 태호. 문이 열리면 CIA 요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위용.


⑦갑자기 자동차 빛이 어두워지면 전조등 확인하기

전조등은 단순히 전방의 도로를 밝혀주는 기능 이외에도, 다른 자동차에 위치를 알려주는 부품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갑자기 전조등이 어둡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구 수명이 오래되었거나 배터리 고장이 있다는 징후다. 교체 시에는 커넥터의 규격은 물론, 자동차에 맞는 사용 전력(와트)을 가진 제품을 구매한다.

롤스로이스의 멋진 헤드라이트와 엠블렘롤스로이스의 멋진 헤드라이트와 엠블렘


⑧마찰음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브레이크 패드 확인하기

브레이크의 소모품인 브레이크 패드는 수명이 다하면 제동력이 떨어지고, 제동 시간이 지체되어 위험할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마찰음이 지속해서 발생할 경우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됐을 확률이 높다. 3만~4만㎞마다 교체하는 것을 권장한다. 다만 운전자 주행 습관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1만㎞마다 정기점검 혹은 상태에 따라 수시로 점검한다.


⑨엔진오일은 차종이나 계절, 주행 환경 등에 맞춰 교체하기

엔진오일은 엔진 내부 부품들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윤활유다. 일반적으로 1년 혹은 8000~1만5000㎞ 주행 거리마다 교체한다. 엔진 오일은 차종이나 계절, 주행 환경 등에 맞춰 사용한다.

1969년 머스탱. 클래식의 클래식이다.1969년 머스탱. 클래식의 클래식이다.


⑩자동차 세차는 고압으로 물을 분사하면서 이물질 닦아내기

자동차 표면에는 각종 이물질이 붙어있기 때문에 걸레로 닦아내면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세차 시에는 고압으로 물을 분사하면서 부드러운 융으로 이물질을 닦아낸다. 유리, 와이퍼, 사이드 미러 등 시야 확보와 관련된 부분의 물기를 가장 먼저 말려주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눈을 녹이느라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린다. 이게 차 바닥 등에 붙어있다가 녹으면 강판 녹 부식을 가속화한다. 따라서 봄에는 위에만 말고, 바닥 부분도 물로 씻어내는 게 좋다.

람보르기니를 볼 때마다 '저거 세차하려면 땀 꽤나 빼겠군'하고 공상을 해본다.람보르기니를 볼 때마다 '저거 세차하려면 땀 꽤나 빼겠군'하고 공상을 해본다.


Posted by 최우규




<발로 쓴(이런 figurative language도 이해 해주지 않고 '진짜로 발로 썼느냐'거나 '구족 화가나 구족 서예가 폄훼'라고 질타하실 정색남녀들은 이 글을 읽지 마시길) 칼럼>(부제 : 의식의 흐름대로, 즉 멋대로 쓴)


‘사저(私邸)정치’란 말이 나오고 있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뒤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양상이어서 나오는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 퇴임한 다른 대통령처럼 청와대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진 몇명을 데리고 가서 비서(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경수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비서들이었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비서였다)로 삼기보다는 현직 국회의원들로 비서진을 꾸린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박 의원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박 의원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

소위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과 맏형 격인 최경환 의원이 총괄을 한단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불렀다고 자랑해온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조원진·이우현 의원이 정무를, '반탄 집회'에서 태극기 망또를 두르고 사자후를 토해 ‘친박 영웅’으로 등극한 김진태 의원(내친 김에 오늘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다. 꼭 결승까지 완주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 지는 의문)이 법률 담당이란다.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이메일 설정 때문에 금융 관련 스팸으로 자동 분류되는 바람에 항상 이름을 ‘박!대!출!의원’이라고 써서 보내야 했던 아픔을 가진 박대출 의원이 수행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KBS 기자 시절 희한한 마술 쇼(개인적으로 방 천장에 휴지 던져 붙이기 등 세가지를 봤다)로 기자들과 의원들로부터 감탄어린 시선을 받더니 어느날 오전 문화부장으로서 부장단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변신하는 매직을 선보인 민경욱 의원이 대변인 역할을 한다고 전해졌다.

 자신들은 이게 공식 모임이 아니라지만, 그 속내는 자신들만 알 터이고 남들은 그렇게 본다는 게 중요하다. 정치인으로 마땅히 감내해야 할 게 이거다. 스스로 아무리 안그렇다고 해도 수많은 유권자가 그렇게 보면 그런 거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배겨내지 못하구 불과 몇주만에 정치판에서 발을 뗀 것도 이런 걸 못 견뎌해서다.

 암튼 삼성동 인물들은 스스로는 쫓겨난 Fairy Queen을 용과 마녀, 악마로부터 지키려고 자원 등판한 기사들이라고 여기며 ‘정신승리’하고 싶겠지만, 남들은 '삼성동 공주와 여덟 난쟁이'라거나 '십상시'라거나, 뭐 그런 말로 부르는 모양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사저라는 용어를 맞닥드리면서 목구멍에 뭔가 걸리는 듯했다. 사저는 국어사전에 ‘개인의 저택. 또는 고관(高官)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주택을 관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보통의 뜻으로는 개인 주택이지만, 대부분 이는 관저(官邸)의 반대말처럼 쓴다. 관저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관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을 뜻한다. 따라서 사저는 현직 장관급 이상 고관이 관저 말고 따로 개인적으로 마련해 두고 거주하는 곳을 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스통이 배달돼 들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스통이 배달돼 들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2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직 고관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 최고위직 고관이었지만, 파면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직위는 물론 퇴임 이후 보장됐던 여러 특권들도 몽땅 날린 사람이다. 혹시 많은 국가기밀과 정보(약간 의심은 되지만, 그래도 줄곧 서면 보고를 받아봤다니 장삼이사보다야 많을 것이다)를 알고 있어, 또 워낙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위해를 당할까 봐 경호와 경비만 해준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머무는 곳은 관저의 반대말인 사저를 써서는 안된다. 그냥 박 전 대통령의 자택 혹은 집이 맞다.

두번째로, ‘사저’라는 말은 왕조시대에 만들어져 권위주의 시대 주로 통용되던 말이다. 사저의 ‘저(邸)’자는 집, 주막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종친(宗親·임금의 친족), 왕후(王侯·제왕과 제후)의 사제(私第·개인 소유의 집)’라는 뜻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임금의 친족, 왕후와 그의 가족이라는 말이다. 조선 시대에, 왕세자를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인 ‘저하(邸下)’가 바로 ‘저(邸) 밑에 사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황제를 부를 때 ‘폐하(陛下)’라고 부르는 식이다. 여기서 폐((陛)는 ‘대궐의 섬돌(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을 뜻한다. 하지만 다들 알듯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하도 아니고, 종친이나 왕후 혹은 그 가족도 아니지 않은가. 아, 물론 그 자신과 그의 추종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그렇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경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경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마 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서울 상도동과 서울 동교동 자택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며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구성했듯, ‘삼성동계’를 꾸리는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그리고 비슷한 지경에 이르렀다가 부활한 친노계처럼 다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싶어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될까.

우선 명분과 세력에서 삼성동에 모인 인물들은 상도동, 동교동계에 미치지 못한다. 군부독재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꿈꾸고 종국에 집권을 위해 뛰었던 이들과, 국정 농단과 선거 참패로 쭉정이 신세가 된 이들이 같을 수 있겠나. 또 친노는 한 때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칭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폐족’을 자처했다. 그러다 10여년의 시간 뒤 그 지지자들과 세력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전제 조건과 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예인들 잘못하고 난 뒤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자숙’ 말이다. 지금 소위 '사저 정치'를 하려는 이들은 그게 없다.

Posted by 최우규



 파면당하고 사흘간 청와대에 머물러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밤 청와대에서 퇴거하면서 육성은 아니지만, 확실한 입장 표명을 했다. 우선 청와대를 떠나기 앞서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며 외부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과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유감이라거나 받아들인다고 밝히지 않았다. 낮은 단계의 불복 선언이다.

 두번째 서울 삼성동 집 골목에 들어서는 그는 차 안에서 만면에 웃음을 띄고 손을 유리창에 붙이고 지지자들 환호에 응했다. 그리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담장 바깥에 내려서 자유한국당의 강성 친박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마찬가지로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인지 장애인인지 구분은 가지 않지만 누군가에 몸을 굽혀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선거 운동 때 모습을 재연한 것으로, 외양상으로는 대통령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금의환향하는 듯했다. ‘난 변하지 않았다’는 무언의 선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에 도착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측근,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에 도착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측근,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세번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집으로 불러 들여 메시지를 불러 줬다. 민 의원인 다음과 같이 박 전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이런 걸 어려운 말로 대독(代讀)이라고 한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뜯어보면 앞부분이야 정치인들이 늘 하는 '입에 발린' 말이다. 뒷부분에 주장의 고갱이가 들어 있다. 헌재의 파면은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규정했다.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은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뜻과 같다. “진실이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남의 일 말하듯 한 것은, ‘나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 하겠지만 너희들도 달려들어 반드시 뒤집으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왕위를 찬탈당한 전직 여왕이 신료들과 일부 백성들에게 지시를 내리듯.

 좋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형사사건 피의자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설 사람이다. 모든 피의자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갖는다는 게 이 나라 헌법 규정이다. 하지만 정치인,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측면을 조망해 볼 때, 그는 지극히 속이 좁거나, 좀더 극적으로 말하면 ‘정상이 아닌’ 인식 체계를 가진 것 같다. 특히 이로써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에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고 한 분석과 언명은 너무나 적확한 것이라고 다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사촌 형부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박 대통령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쁜 점만 물려 받아, 5000만 명이 물러나라 해도 절대 안 물러날 것"이라고 한바 있다. 그것도 들어 맞은 셈이다.(탄핵 민심이 80%이니, 4000만명만 물러나라고 해서 그런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거짓에 의해 쫓겨난 군주' 코스프레를 했으나, 그렇게 해서 일을 잘 풀어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1995년 12월2일 쿠데타와 학살로 대통령이 됐던 전두환씨는 구속될 판이었다. 이날 검찰은 12·12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 항쟁과 관련해 전두환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전씨는 서울 연희동 집 앞에서 측근,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설명을 발표했다. 그는 “종결된 사안의 수사는 진상 규명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검찰의 12.12, 5.18사건 조사에 반발해 골목 성명을 발표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경향신문 자료사진검찰의 12.12, 5.18사건 조사에 반발해 골목 성명을 발표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자 검찰은 법원에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군 형법상 반란수괴, 불법 진퇴, 지휘관 계엄수소 이탈, 상관살해와 미수, 초병 살해 등 6가지 사유가 들어 있었다. 검찰은 합천까지 가서 전씨를 구속한 뒤 안양교도소에 구금했다. 그리고 전씨는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고, 나중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나중에 사면되기는 했지만.

Posted by 최우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K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KD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경향신문 자료 사진헌법재판소/경향신문 자료 사진

오늘 헌법재판소 결정문 뒷부분에 배치된 문구다. 이번 결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가 위법 위헌 여부를 살펴보면서 다른 죄보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부문에 집중했다. 재단을 만들고 돈을 모으는 과정이 잘못됐다고 봤다. 특히 국정을 빙자한 최순실의 개입,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지원 부문은 대통령으로서 해서 안되는 위법·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고 적시했다. 여기에 스스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면서 조사 불응하고 압수수색도 거부한 점을 딱 집어 써놓았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하나의 행위나 특정 시점에서 행위가 아니라 ‘일련의 언행’을 보면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 파면으로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읽을 때 소름이 죽 돋았다.

이정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경향신문 자료사진이정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경향신문 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 참모나 부하들이 뜻밖의 무능함을 보여줄 때 “왜 저러나” 싶었다.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또 헌법재판소 재판을 받으면서 “정말 무능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한 상식이 있으면 저렇게는 안할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막무가내로 수사를 거부하고, 의견도 제대로 표명하지 않았다. 그냥 재판부에게 알아서 기라는 건가. 법적 공방보다는 밖으로 여론전만 펴는데, 그것도 계속 역작용할 것처럼 지지리도 못하는 거다. 아마 이건 PR이나 공보 담당 분야의 중요한 사례로 남을 거 같다. '이렇게 하면 꼭 망한다'는 쪽으로.

무엇보다 변호인단은 “저 사람들 X맨(같은 편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적) 아니야”라는 의구심이 절로 들 정도. 서모 변호사와, 나중에 합류한 김모 변호사는 법정을 모독하고 재판관들을 약을 올렸다. 정교한 논리보다는 '그냥 말이 안된다'고 우기기만 하는 것이다. 몇명은 허명만 있지만, 기중 몇몇은 나름 명성을 가진 이들 아닌가.

만일 재판관들 가운데 ‘여러 판단이 있지만 종국에는 기각’이라고 생각할 재판관이 있더라도, 이들 때문에 인용 쪽에 서야 할 판이었다. 안그러면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 주장을 받아들이는 꼴이 되니까. 결국 이들이 탄핵 반대파 재판관들의 입지마저 좁혀 버린 결과가 됐다(물론, 이는 재판관들 입장에 터잡은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순수하게 정무적으로 생각해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경향신문 자료사진박근혜 전 대통령/경향신문 자료사진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악했지만, 끝까지 무능했다는 평가로 남을 것 같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