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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다시 쓰는 경향늬우스]

남조선 군정청 장관인 하지 남조선미군총사령관(사진)은 (1946년) 십월십일 좌우합작위원회의 공동성명서와 합작 원칙, 칠개조 요망(要望·요구)에 대하야 “반갑게 생각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공보부 특별발표 = 나(하지 중장)는 합작위원회 대표 김규식(金奎植) 박사의 정식서한을 받었읍니다. 좌우 당대표들이 조선복리를 위하야 합작하였다는 것과, 조선자치를 향하야 회합하였다는 것과, 조선자치를 향하야 민주주의 발전안을 추천하도록 결정하였다는 것을 드를(들을) 때에 매우 반갑습니다. 임시입법기관조직에 관한 상세한 것은 현재 최후 수정 중에 있는 안이 미구(未久·곧)에 발표되겠읍니다. 앞으로 조직될 입법기관은 귀중한 조선민중 대표기관이 되며 누구나 다 같이 열망하는 이대 목표, 즉 조선통일과 조선독립결정에 큰 공헌이 있기를 조선애국자와 아울러 진심으로 축원하는 바입니다.

앞서 십월칠일 남조선 내 좌와 우 정파의 대표들은 남조선 독립과 국가 수립을 위해 좌우합작위원회를 만들었는 바, 우측은 주석 김규식, 대표 원세훈·김붕준(金朋濬)·안재홍(安在鴻)·최동오(崔東旿)이며, 좌측은 주석 여운형(呂運亨), 대표 허헌(許憲)·정노식(鄭魯湜)·이강국(李康國)·성주식(成周寔)이다.

위원회는 회담 예정 회장인 덕수궁을 삼청동 김규식 박사 저(邸·집)로 변경, 오전 구시삼십분부터 시작하야 정오까지에 회담을 마치고 김규식·여운형씨 공동성명서와 칠 개조 합작 원칙, 입법기구에 관하야 미군정에 대한 칠개조 요망을 발표하였다. 출석한 대표는 우익 측 오인, 좌익 측에서 여운형씨 의사를 황진남(黃鎭南) 이임말(李林沫)씨가 전달하였다.

합작 원칙은 종래 우익 측 팔원칙, 좌익 측 오원칙과는 별개로 민주주의 임시정부를 수립하야 조국의 완전 독립을 촉성(促成·재촉해 빨리 이뤄지게 함)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칠개조다. 

임시정부 수립, 미·소공동위원회 속개 촉진, 토지개혁, 친일파 민족반역자 처단, 피검(被檢·붙잡힘)정치운동자 석방, 입법기구 문제, 언론집회 결사 신앙 등 자유를 규정한 것이다.

좌우합작은 정계의 복잡다단성을 보이고 있는데, 칠원칙을 위요(圍繞·둘러쌈)하고 좌우 양측에서는 각기 찬부 양론이 비등되고 있다. 이승만 박사는 “이번 발표된 좌우 합작 칠원칙에 대하야서는 아직 무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담(談·말)하였다.

신진당 선전부의 김병순(金炳淳)씨는 “전폭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토지문제에 대해서 구 논의가 있겠으나 우리로서는 이것이 완전치 못하드라도 임정수립 후에 완전히 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터러 놓고 지지한다”고 했다.

한국민주당은 “중대한 몇가지 중요 정책에 대하야 모호한 점이 있는 것이 유감이다. 신탁통치 문제에 대하야 하등 언급한 바 없었음으로 본(우리)당은 전민족의 총의를 대표하야 신탁통치 반대의 태도를 재성명하는 바”라고 하였다.

허나 한국민주당의 총무인 원세훈(元世勳)씨는 “한민당과 관계를 끊는다고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또 동(同·같은) 당 중앙감찰위원 한흥(韓興), 이민응(李敏膺)씨 등 탈당이 결행돼어, 특히 한국민주당 내에는 앞으로 광범한 분야에 걸쳐 파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전(民主主義民族戰線)은 의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지금 전개되고 있는 소위 합작공작은 그 본연의 사명을 떠나 남북통일과 민주독립을 지연하는 소위 입법기관 설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나니 우리는 이를 배격하지 않을 수 없는 바”라고 반대하였다.
Posted by 최우규

‘안철수 현상’은 이달 초 느닷없이 생겨나 정치권과 사회를 흔들었다. 여야 정당들은 안철수 한 명에게 밀리듯 무대의 중앙을 내줬다. 공고하던 ‘박근혜 대세론’도 틈을 보였다. 그는 등장처럼 느닷없이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후방 효과는 여전하다.
경향신문은 28일 안철수 현상이 뭔지, 그 현재와 미래를 놓고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52·사회학부), 서울대 조국 교수(46·법학전문대학원)와 대화를 나눴다. 김 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민주화 리더십 다음 단계에 대한 시민의 욕구”라고, 조 교수는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는 ‘멋진 성공, 착한 성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1987년 체제’와 외환위기 후 양극화가 심화한 ‘1997년 체제’의 간극에서 안철수 현상이 부상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안철수 현상만 바라볼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결국 시민·대중이 나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왼쪽)와 서울대 조국 교수가 28일 서울 독산동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안철수 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k39@kyunghyang.com


- 도대체 안철수 현상은 무엇인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이하 김동춘) = 현재 정당이 사람들의 요구나 변화 욕구, 열망을 대변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정당정치의 부재다. 이게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인, 정치가들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보여준 개인적 이력이나 행적에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대가를 받지 않고 배포하는 등 자기를 버리면서 가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이하 조국) = 동의한다. 추가할 것은 1987년 체제에서 정치의 한계다. 정치권은 여든, 야든 정치적 민주화의 산물인 1987년 체제로 굴러간다. 대중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생의 붕괴가 구조화된 ‘1997년 체제’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대중은 ‘안철수’를 보게 됐다. 안철수는 ‘멋진 성공’ ‘착한 성공’이다. 지위와 부를 가지면서도 약자를 배려하고 정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다.

김동춘 = 좀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기업가로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현상의 연장인 측면이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리더십이 가졌던, 도덕성과 투쟁성이 가진 효과가 일정 정도 시효를 다한 점이 있다.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기업이 보여주는 효율성과 생산성, 그리고 기업을 직접 운영해온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깔려 있다. 민주화 다음 단계의 리더십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이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을 자임했지만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경제의 이름으로 사회정의와 도덕성을 너무 무시했다. 그런 게 전문가, 양심적 기업가, 창의적 기업가 출신 안 교수 지지에 반영됐다.

조국 = 20, 30대층은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철수는 닮고 싶어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청년은 ‘투사’가 되고자 했다면, 지금은 ‘안철수’가 되고 싶어한다.

- 안 교수가 앞으로 정치를 할까.

김동춘 =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동안 우리 정치사를 봤을 때 개인의 결단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제도정치가 사회의 열망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극우반공 체제와 관계있다. 우리 정치는 일정한 이념적 스펙트럼만 참여할 수 있고, 진입 관문이 대단히 높은 폐쇄적 구조다.
그래서 대변되지 못하는 노동자나 대중들의 열망은 언제나 바람 형태로 표현된다. 기성 정당 틀 내에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밖에서 수혈을 해서 위기를 돌파한다. 안 교수의 경우 정치를 할지 안할지는 본인도 모른다. 저는 안 교수가 정치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기성 정치가들이 잘해주면 가장 좋다.

조국 = 안철수는 이미 개인이 아니다. 대선후보로 이름이 오른 상태이기에 자신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이 그를 정치권으로 밀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달 초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그는 우회적으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안 교수는 구체적 정책이나 비전을 보여준 게 없지 않나.

김동춘 = 그건 적절한 비판은 아니다. 우리 정치는 구체적 정책 사안을 중심으로 대립각이 만들어지지 않고 인물 중심으로 움직인다. 언론 역시 언제나 후보 위주의 구도를 만들어낸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변적이다. 현실정치나 제도권 정치에서 돌파구를 열지 못하고, 시민사회에서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안 교수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의 장으로 흡인될 수 있다. 정책은 바로 그를 옹립한 뒤에 조직된 세력의 몫이다.

조국 = 지금 대중의 환호는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의 산물이다. 안철수의 멋진 성공, 착한 성공이 정치영역에서도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점이 있다.
정당정치가 후진성을 가졌고,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집권해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회의적이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과잉기대가 있는 상태에서 그 자신이 (기대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정당에 속하지 않은 모습으로,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식으로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 안 교수가 여야를 넘어서는 제3이념, 제3지대, 제3세력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김동춘 = 정당의 사회적 기반 문제다. 한나라당은 이해관계로 뭉친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더라도 호남 기반을 무시할 수 없다. 제3정당 혹은 시민사회정당, 시민정당, 운동정당이 가능하려면 이러한 것들을 대체하거나 그것과 비슷한 정도의 세력을 가지는 기반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더 위기에 처할 경우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수권정당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따라서 큰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 정권의 인기가 너무 없다보니 혼자로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제3정당은 좀 어려운 것 같다.

조국 = 결론부터 말하면 잘 안될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수구·보수·반공세력이 항상 30%가 있다. 반대쪽에 지역적으로 호남, 역사적으로 반독재 민주화 운동세력, 이념적으로 진보정치세력이 있다.
이들이 아닌 제3지대에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난 새로운 과제는 몇몇 명망가나 전문가가 아니라 ‘적극적 시민’의 힘을 기반으로 해서만 가능하다. 안 교수가 정치를 한다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진보개혁진영에 문제가 있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이 진영과 거리를 두는 입장으로는 집권도, 집권 이후 국정성공도 쉽지 않다. 1997년 체제의 문제는 1987년 체제를 만든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다.

-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기성 정당에 대한 도전을 표방했다. 안철수 현상에 열광하는 이들은 진보정당도 ‘대안정당’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동춘 =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과거(2004년) 10석을 얻으면서 자기 역량을 과대평가했다. 그 10석은 노동운동 혹은 진보세력의 힘이라기보다는 비례대표제, 즉 선거제도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노동·진보정치세력의 힘보다는 범시민사회 투쟁의 결과였는데, 자신의 힘의 결과라고 과대평가했다.
두 진보정당은 지역 기반이 없어 풀뿌리 실천운동으로 가야 했는데 그보다 원내에 진출한 몇몇 인물들에게 의존했다. 또 미래지향적 대안을 갖고 논쟁하기보다는 과거 이념, 대립, 노선에 여전히 발목 잡혀 있었다. 그게 안철수 현상을 강화시킨 원인 중의 하나다.

조국 = 진보정당은 ‘민주당도 보수정당이고, 우리야말로 대안정당’이라고 했는데, 이론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러한 진보정당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정당은 의식, 문화, 노선, 사고방식이 1980년대에 갇혀 있다. 대중은 ‘진보정당에 표를 주면 정권을 잡아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느냐’고 자문해보았지만 회의를 품었고, 대신 안철수를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다.

- 안철수 현상은 촛불집회·용산참사·희망버스로 이어진 민생의 위기, 소통의 위기를 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개인은 사회의 숙제를 풀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국 = 헌법 10조에 행복추구권이 있다. 이명박 정권은 대중에게 불행을 주는 ‘반행복 정권’이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불행을 주는 정권이다. 많은 사람이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에게 달려간다. 안철수와 김진숙은 정당 밖에 있는 사람으로 대중 지지를 받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
모두 안철수가 되고 싶어하지만, 김진숙처럼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모두 안철수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다수는 김진숙화될 가능성이 많다. 이 점에서 ‘김진숙을 뺀 안철수’는 매우 위험하다. 환상만 남는다. 김진숙은 촛불시민, 비정규직 노동자, 용산참사의 철거상인, 반값 등록금 투쟁에 나선 대학생 등 사회적 약자의 상징이다.
김진숙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착취를 끝내야 한다. 안철수가 1987년 체제를 만든 사람과 손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게 안 교수가 강조하는 합리, 공정, 상식과도 맞는다.

김동춘 = 안 교수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느꼈던 재벌체제, 중소기업의 어려움 등 경제 문제에서 해결책을 출발하는 게 맞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는 중소기업 문제이고, 곧 대기업의 시장독식 문제다. 중소기업이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이다. 안 교수 주장을 좀 확장하면 김진숙 문제와 만난다.
이 과정에서 담론이나 의제를 접합시켜야 한다. 양극화, 청년실업, 등록금, 복지 등의 사안이 이것을 중심으로 결합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원래 조직된 노동 의제가 되어야 하지만 노동운동의 취약성 때문에 이 담론을 담당할 주체가 없다.

- 결국 현실 속에서 갈등을 치유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김동춘 = 희망버스도 노동세력이 주도했다기보다는 시민사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재벌 문제나 중소기업 문제도 노동세력이 주도하면서 다른 세력을 끌었어야 모양새도 좋고 조직적인 세 확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세력이 이 담론을 끌어안을지 모르지만 현재 민주당, 범시민사회운동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야권연합이 이 의제를 치고 나가야 한다. 안철수 현상은 소비사회의 한 측면이다. ‘물건을 사는 것’,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몸을 싣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희망버스를 타려면 돈과 시간을 내야 한다. 국민경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내야 한다. 선거에서만 주권자가 되는 것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시민이 소비사회의 일원에서 참여하는 행동 주체로 변화되어야 정치 변화의 추동력을 만들 수 있다.

조국 = 안 교수는 중소기업가로서의 경험에 기초하여 재벌 문제를 정확히 비판했다. 재벌을 ‘중소기업이라는 동물을 가두어 죽이는 동물원’이라고 비유한 것은 정확하다. 바로 여기에 전통적 진보운동과의 접합점이 있다. 한편 안철수의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관객’으로 박수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세상이 바뀌려면 시민은 ‘관객’이 아니라 ‘배우’가 되어야 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사회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의 선거비용을 마련하는 ‘박원순 펀드’가 대박이 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나 정치인을 상품에 비유하면, 구매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상품이 바뀔 수 있다.
Posted by 최우규

10·26 서울시장 선거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의원(51)은 27일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시정 심판, 부패 척결, 정당정치 회복을 위해서는 제1야당 소속인 내가 야권 통합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영화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 대사를 인용, 시민사회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55)의 바람몰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야권 통합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규칙이 논의되고 있다. 국민참여경선이 40% 포함돼 박원순 후보 측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한다.

“어제 처음 규칙이 뭔지 들었다. 협상은 당에 일임했다. 편하게 협상하라고 했다. 후보가 자꾸 룰 이야기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 비판하는 쪽에서는 박 후보에게 다소 독선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반대·비판 세력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다. 그게 불리하더라도 원칙이 그러면, 그렇게 가는 것이다. 재벌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있어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특혜를 받으면서 이제 성장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더 자라지 못하니까 공정한 사회가 안된다.”


 

- 검찰 비판도 그치지 않았다.

“검찰도 그렇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특정인 진술만 듣고 수사했는데, 신재민 문화부 전 차관 건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진술만 갖고 수사 못한다고 한다. 이게 공정하냐. 잣대가 다르다.”

- 처음 당내 경선에 나설 때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로 등떼밀려 나왔지 않나. 이후 박원순 후보 들러리론도 나왔다.

“지금 선거에 민주당 존폐가 걸려 있다. 정당정치의 재도약이냐, 위기냐를 판가름할 것이다. 정당정치가 파괴되는 것은 불행이다. 역사상 무소속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면서 행보한 예는 찾기 힘들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선거다. 이번에 정당정치의 틀이 무너지면 총선·대선에 굉장한 혼선이 온다. 당이 뭉치면 내가 이길수 있다.”

-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상당히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사실 경기는 어제 시작됐다. 여론조사에 반영되려면 최소한 1주일은 필요하다. 우리는 여론조사 경선을 하고, TV 토론 후 배심원단 표결 등 사실상 여론에 따른 경선 방식으로 60%를 반영하기로 했다. 굉장히 불리한 것이다.”

- 개인 박영선 후보가 왜 박원순 후보보다 낫다고 생각하나.

“내가 말하기는 쑥스러운데, 서울시장에게는 행정력과 정치력이 모두 필요하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부처, 정당 간 갈등 조정능력은 검증받았다고 생각한다. 행정력도 서울시에 필요한 전셋값, 물가, 등록금 등을 정책위의장으로서 다뤄보았다.”

-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악연이 깊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BBK 문제를 놓고 박 후보는 공격수, 나 후보는 수비수였다.

“무엇이 진실인지 언젠가 밝혀지지 않겠느냐. BBK 때문에 한나라당 캠프가 얼마나 초조했는지, 위키리크스에 다 나오지 않느냐. 그래서 나 후보는 MB(이명박 대통령) 대리인이고, 제2의 오세훈이다.”

- 지난 8월 한상대 검찰총장 청문회 때 BBK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였는데.

“2007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민주당은 BBK 때문에 고통받았다. 재판을 받고, 감옥간 당원도 있고, 나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걸 생각하다 복받쳤다.”

- 왜 흩어졌나.

“우리 후보가 대선에서 지고 나니까 BBK 문제를 놓고 나는 물론, 직원, 남편에게 검찰이 수사를 했다. 남편이 한국에서 근무하기 힘들어 일본에 아이와 같이 갔다.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많다.”

- 아들이 한국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녔다.

“아이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고, 시어머니가 데려다 키웠다. 한국 학교에 넣었지만 적응을 잘하지 못해 외국인 학교로 보냈다. 당시 나는 정치하기 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12살짜리 애를 두고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국적이 어떻고…. 나중에 아들에게 한참 설명해줘야 하는데, (눈물을 떨구며) 답답하다.”
Posted by 최우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사회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는 26일 “나를 이 자리에 서 있게 한 것은 이명박 정부”라며 “내가 이 정부 들어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하자 (국가가) 소송하는 등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정동 달개비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선거 기간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매일매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 그간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해왔다. 선거에 나서게 된 이유는 뭐냐.

“이명박 정부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 여러 잘못된 정책과 왜곡, 우리 현실의 퇴행, 시민들의 고통 등 때문에 절박함이 있었다. 그런 것이 저를 여기까지 밀어낸 측면이 있다.”

-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 후보 검증 국면으로 갈 것이다. 박 후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기업에서 엄청난 액수를 걷어서 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수백억원을 걷어서 썼다. 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가게·희망제작소가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았다. 동시에 훨씬 더 많은 것이 개미 군단, 좋은 세상 만들기에 기부해 준 수많은 시민이 있다. 기업은 허투루 돈을 내지 않는다. 시민 참여가 높고 책임성을 갖춘 기관에 낸다.”


 

- 시민단체에 몸담고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61평 아파트에 사는 것에 ‘호화 생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가 변호사 (활동을 활발히) 할 때 서대문에 대지 140평짜리 큰 집이 있었다. 해외유학도 갔다 오고 시민운동하면서 집을 팔고 압구정동으로 이사갔는데 전세금이 6억~7억원쯤 됐다. 그 뒤에도 전세금을 깎아먹고 이사했다. 책이 2만~3만권이 있는데 그걸 안 놓치(버리)려고 하고, 집사람 회사도 신사동에 있어 가까운 곳에 있으려고 그렇게 됐다.”

- 자녀는 어떻게 되나.

“아들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스물여섯 살에 공군으로 입대했다. 그런데 허리가 안 좋다고 귀가조치됐다. 2개월 치료를 받아보고 재검을 받게 된다. 큰애는 딸인데, 스위스 제네바 대학에 석사과정 유학 중이다. 생활비까지 주는 장학금을 받아서 갔다. ‘호화 유학’ 이런 이야기 나올까봐 장학금 수령 증명서도 받아 놓았다.”

- 천안함 사태 불신,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을 놓고 색깔론이 제기될 조짐이다.

“나는 천안함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인권변호사로서 1980년대 엄혹한 시대에 고문이 횡행했고, 국보법 남용 현실도 봤다. 인권변호사로서의 양심에 따라 국보법 개폐를 주장한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친북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

- 늘 받는 질문이겠지만, 민주당 입당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야권 단일후보를 하겠다는 게 처음부터 일관된 생각이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후보가 되면 그 뒤 여러 당, 시민사회 분들과 함께 상의하는 절차는 남아 있다고 본다.”

- 범야권 통합경선이 다음달 3일 벌어지는데, 민주당 등은 경선 방식이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 지지도가 높으니 여론조사(30%)와 배심원단 표결(30%)을 합쳐 60%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TV토론에서는 방송 앵커 출신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탁월하지 않으냐. 또 민주당 후보가 확정됐으니 당원이 결집할 것이다. 40%가 반영되는 국민참여경선은 완전히 민주당에 유리한 것이다. 민주당원의 지지, 다른 정당과 시민들의 참여도 있었으면 한다. 어찌 됐든 동원하는 모습은 없어야 한다.”

- 최근에 한나라당과 한강 수중보 논쟁을 하고 있다.

“당시 현장을 둘러 보는데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는 보를 걷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 나는 오히려 ‘그랬을 때 문제점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알려졌는지 모르지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보 철거를 반대한다’라고 했다더라. 상대방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열을 올리는 게 얼마나 초조해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범여권 후보로 나설 이석연 변호사는 2000년 시민사회의 총선 낙선·낙천 운동을 선거법 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악법도 법’이라는 취지다.

“우리 헌법에 악법도 법이니까 지키라는 말이 있느냐.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4·19혁명을 들어, 실정법에 문제가 있으면 고치도록 노력하라고 나와 있다. 저항해서 바르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도록 국민에게 요구한 것이다.”

- 앞으로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거의 매일매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려 한다. 우리 캠프 사무실도 파티션 등 벽을 두지 않은 열린 공간이다.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다 알 수 있다. 선거사무실 천장에 카메라를 달아 이 풍경을 24시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
Posted by 최우규

6·2 지방선거가 이제 30일이 채 남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지방권력 독점’의 문제로 점철된 민선 4기 지방자치를 평가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4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변호사),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이호 소장 등 3명이 참여했다.


-지방선거는 왜 중요한가.

하승수 소장(이하 하승수) = “실제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나 행정과 관련해 지방자치가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친환경 무상급식이든 청소년 시설이든 결국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큰 결정 권한이 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변화에 관해선 국회의원보다 영향이 더 크다.”

소순창 교수(이하 소순창) = “중앙에서 결정된 것이 지방에선 단체장 중심으로 재원이 집행된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과 매우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집행하는 대표들을 뽑는 선거여서 중요하다.”

이호 소장(이하 이호) = “지방선거는 생활과 직결되는 의제 결정권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다른 선거와 차이가 있다.”

-1995년부터 본격 시작된 지방자치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소순창 = “중앙과 지방 관계에서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중앙정치에 수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성과다. 과거 관치 행정에서는 그것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역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권한이나 재정이 부족하다.”



소순창 건국대 교수,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오른쪽부터)이 
지난 4일 경향신문에서 ‘독점 지방권력’의 문제를 놓고 좌담회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이호 =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의제화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물론 뒷받침하는 제도가 미흡하지만 많이 확대됐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다는 점이 아직은 한계다. 특히 공천권 행사를 보면 중앙당과 힘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의 논리나 당리당략에 의해 판단할 여지여서 주민자치에 정면 위배된다.”

-민선 4기 지방권력은 대부분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독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가.

하승수 = “호남에서 시민운동 활동가들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생활·민생을 강조하는데 호남에 오면 한나라당과 똑같다. 개발사업하고 지역 토호세력과 유착한다’고 말한다. 이런 일당의 독식 구조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고 부패가 일어나기 쉽다. 고여있는 물처럼 정치·정책적 경쟁이 없다보니 기득권을 가진 세력에게 이로운 정책들이 중심이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다 돌아가는 구조다. 영남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한나라당이 아닌 야당 지방의원이 기초·광역을 합해서 5명만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소순창 = “지자체는 단체장 중심 집행기관과 의회 중심 의결기관이 견제하고 균형하는 시스템인데 1당 독재 때문에 심각하게 견제·균형의 원리가 깨지고 있다. 내가 만난 지방의원은 지역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조례 제·개정이 꼭 필요한데 특정 정당이 독식한 상태에서 그걸 얘기하면 다른 의원들이 왕따시키고 공천을 못받는 게 당연하니까 못한다더라.”

-지방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

소순창 = “일시적이나마 기초단체에 대해선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다. 선거 과정을 보면 지방의원 공천하는 데는 후보자들의 의지·소신, 정책방향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다. 기초의회는 최소한 대선거구제를 하면 소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도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서 지방의회의 다양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나 중선거구제에서는 특정 정당, 거대 양당이 대부분 독식할 수밖에 없다. 깰 수 없는 블록이다.”

이호 = “근본적으로 전근대적인 정당 구조,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다. 지역의 대표자들이 주민들의 대표라는 성격보다는 정당 논리에 예속돼 있는 것이다. 선거제도도 기성 정당에 유리하게 돼 있다. 하물며 후보자 기호 선정도 중앙 중심적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국회 의석수로 기호가 정해지니까 볼 필요가 없다.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후보자 기호 부여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하승수 = “외국의 경우, 정당이 지방자치까지 독점하는 구조는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독일은 지방선거에만 후보를 내서 공천하고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유권자 단체, 즉 로컬 파티(지역 정당)가 인정된다. 일본은 지자체 선거에서 정당의 영향력이 약해 어느 한 정당이 그 지역을 완전히 지배하기는 힘들다. 로컬 파티를 인정하면 충분히 지역 내에서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고 지역주의로 싸우는 중앙정치구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자치를 확고하기 위해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하승수 = “큰 틀의 제도가 바뀌지 않더라도 운영 방식만 조금 바꿔도 해볼 수 있는 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다. 주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다양한 모범사례가 나올 수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특히 무관심한 청소년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청소년 의회를 만들어 지역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제안하고 시장이 직접 청취해서 반영하게 하는데 우리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소순창 = “국가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지방분권으로 해야만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의도적인 균형발전을 통해 하려면 안된다. 지방분권하려면 거시적 측면에서 시·도를 통합해 중앙정부의 재정, 기능, 인력, 업무를 대폭 이양해야 단체장이 지역의 플랜을 가지고 해나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려면 우리 지역은 우리가 먹여 살릴 수밖에 없다. 복지, 교육,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호 =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권한은 수레바퀴처럼 밀접하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공식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보 공개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보가 공개되고 공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시민들은 자기 의견이 묵살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주민의 지방자치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로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송제 등이 있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이호 = “현장의 시민운동가들이 시민 참여를 조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참여해봤자 권한을 안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주민 발의를 해도 지방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폐기한다면 권한이 주어진 거라고 보기 힘들다. 주민소환도 힘들게 요건을 채웠지만 투표율이 30% 미만이면 개표 자체를 안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순창 = “지방자치에서 직접민주주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투표, 주민발의, 소환제도 등이 도입됐는데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하려면 (유권자의 5% 이상인) 38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대안체로 나온 것들이 지방의회, 단체장이나 중앙정부의 의지에 의해 재단될 수 있는 부분들을 과감히 개혁해야 지역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로 탄생할 ‘5기 민선 지방자치’에서 구현되어야 할 가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호 = “중앙정치 논리가 아니라 시민 참여 활성화가 중요하게 추구할 가치다. 나는 당선해서 뭐 해주겠다는 후보를 찍지 말자고 한다.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자세가 지방자치를 발전시킨다. 단체장은 대표자가 아니라 대리인으로 되어야 한다. 대리인은 자기를 뽑아 준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없다.”

하승수 = “지방자치 측면에서 상당한 위기다. 혁신이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체장이 카리스마로 혁신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장이나 의회가 권한을 주민에게 주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부패, 예산낭비, 지방재정 문제 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나올 것이다.”
Posted by 최우규

‘복지’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각 정당들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노인복지 등 복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친환경 급식 등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내놓은 “복지 확충을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의제는 더욱 도발적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최소한 삶을 보장하는 시혜적·잔여적 복지가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복지를 적극적·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유시장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복지국가의 원리로 4가지를 제안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출생에서 사망까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인적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확대·강화를 가져오는 적극적 복지, 공정한 기업질서와 연대적 조세제도 등 공정한 경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노동의 유연 안정화 같은 혁신적 경제를 포함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15일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출판기념회와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 제안 행사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46)를 지난 2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복지국가론을 들어봤다.

-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7년 1월 민주정부 10년 동안 사회정책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전문가 그룹들이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모였다. 양극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는 등 복지 요구가 폭증했다. 복지 예산은 늘었지만 복지는 개선되지 않았고, 민생 안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모두 늘어나면서 근본적 문제를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결국 복지 확충만으로는 안되고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이에 동의하는 이들이 모여 6개월을 준비해 <복지국가혁명>이라는 책을 2007년 7월에 냈다. 그러면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했다.”

- 왜 복지가 문제인가.

“우리 사회에서 회자된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어렵게 사는 이들에게 국가가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시혜적 복지였고, 가정과 정상적인 사회구조, 시장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잔여적 복지였다. 자산과 소득을 조사해 소외층을 골라 생계를 보장해주는 선별적 복지였다.
하지만 이를 갖고는 신자유주의와 그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기는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넘는 프로젝트가 필요해졌다. 사회구성원 그 누구에게도 상향 평준화한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게 우리 구상이다.”

- 역대 정부와 현 정부도 복지를 확충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국민건강보험제도 창설, 장애인 복지 확충 등 ‘복지 대통령’이라고 불려도 마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제도를 정착시켰다. 보육, 아동 복지를 키웠고, 복지 예산도 매년 10% 이상 늘렸다.
하지만 두 정부 모두 온정적이고 잔여·선별적 복지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복지 예산 등 절대적 공급은 늘었지만, 복지 수요의 자연적 증가분도 따라가지 못한다.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복지 수요는 자연발생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더 강화했음은 물론이다.”

- 결국 역동적 복지국가가 되려면 세금을 올려야 하지만, 우리 국민은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국가에 대한 국민 감정은 두 가지가 양립한다. 월드컵 축구나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시합을 보면서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등 애국심이 매우 강하다. 반면 ‘국가가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불신이 더 크다. 세금을 걷어가면서 간섭이나 하고, 애도 마음대로 못낳고, 낳아도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불만이다.
노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럴 때 내 세금이 나를 위해 쓰인다는 인식을 명백하게 확인시키면, 증세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다. 중산층도 변하고 있다. 과거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적용되지 나와 상관없다’고 인식했다. 그러나 중산층 자체가 축소되고 하향하면서 삶이 불안해졌다. 이에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우리에게도 달라. 시민의 권리다’라는 인식이 자리잡히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 무상급식 등은 중산층의 복지 욕구에 대한 정치적 응답이다.”

- 무상교육 논란도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제고에 역할을 한 것 같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의도했든 안했든, 선별적이지 않고 보편적으로 무상 급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추진한 것이다. 그게 보편주의의 핵심이다. 집권층은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대응하지 않다가, 호응도에 놀라면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철학적 배경이 있다. 선별급식이라는 저지선이 무너지면 연필, 필통, 준비물 같은 부교재도 지방정부가 줘야 하고, 보육도 무상으로 해야 한다. ‘아픈 게 죄냐’면서 무상의료도 해달라고 할 것이다. 선진화 담론자들은 이를 두려워해 사회주의,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 무상급식을 바라보는 진보·개혁 진영도 입장 차가 있다.

“무상급식을 보편주의 관점에서 보는 측과,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보는 이들이다. 의무교육의 일환이라는 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논리로는 복지의 ‘선별·잔여주의 대 보편·적극주의’의 담론이 아니라 ‘의무교육의 완전성 대 불완전성’의 대결 구도가 된다. 보편주의 담론을 펼쳐야 향후 무상보육과 무상의료 등 시민권 문제로 갈 수 있다.”

-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현 상황에 대해 진보진영의 무능을 비판해왔다.

“진보정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내놓은 구호가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이었다. 계급주의에 철저한 정당에 맞는 구호였으나, 이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능동적 복지’와 다를 게 없다.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에서 발생하는 민생 불안을 해소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어줬다. 이제는 바뀌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모두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한다.”

- 복지를 말하면서 경제부문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 성장과 분배, 경제와 복지는 대립 개념으로 봤다. 진보는 분배를 우선시했고, 보수는 성장을 통해 복지 공급을 꾀했다. 우리는 이 개념을 거부한다. 복지와 성장은 한몸이다. 교육에 예산을 더 투입해 GDP 7% 수준으로 올리면 공교육을 완전히 현대화할 수 있다. 공교육 안에서 특기·적성교육이 가능하고 대학도 다 바꿀 수 있다. 그럼 양질의 교육 기회가 온다.
이게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보육, 의료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면 인적 자본을 튼튼히 할 수 있다. 현재 시장 만능의 질서에서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이 대기업, 특히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정치와 사회 통제권 안에 넣어야 한다. 공정하고 혁신적 경제가 구현돼야 보편적이고 적극적 복지가 가능해진다고 보는 근거다.”

- 복지국가의 이상적 모델로 북유럽식 사민주의 국가들이 꼽히는데.

“대표적 사례가 스웨덴이지만, 우리와 국가의 토대, 경제·사회·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답습할 수 없다. 우리 현실에 맞는 토종형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 의료제도는 정부가 병원을 짓고 의료비도 정부가 조달하는 완전 공공 서비스다. 하지만 우리 병원 중 93%가 민간병원이다.
이 상황에서 스웨덴이 달성한 목표까지 가려면,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보장성(의료비 중 본인 부담을 제외한 비율) 수준이 62%밖에 안되는데 유럽은 90% 수준이다. 국고 지원을 늘리고, 기업과 국민도 보험료를 더 내서 건강보험 재정을 늘려야 한다. 그럼 민간 의료 시스템이지만, 그 속에서도 건강보험만 갖고 마음껏 진료받을 수 있는 게 가능해진다.”

- 향후 주요 목표와 활동 방향은.

“우선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시민단체이기도 하지만 싱크탱크다. 정책위원으로 참여하는 100여명의 전문가 그룹을 확대하고, 상근 연구진도 늘릴 예정이다. 두번째는 교육이다. 지금까지 지방을 돌면서 정책 아카데미를 해왔는데, 이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시민과 만나 복지국가를 향한 시민정치운동을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치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운 정치세력의 탄생,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도 간판을 복지국가로 내세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수의 ‘선진화’ 담론을 넘어설 수 없다. 이처럼 정치세력이 복지를 놓고 경쟁하면서 연합해야 한다. 시민사회운동과 정치의 재구성을 통해 위 아래가 조응케 해야 한다.”

▲ 이상이 교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의학박사이자 예방의학 전문의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려고 했으나, 서울대 의대 김용익 교수로부터 보건의료 정책을 공부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방향을 틀었다.
학자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보험 통합운동을 벌였다. 의료보험 통합 관련법은 1989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통합은 10여년 뒤에나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입법 및 의약분업 시행에도 관여했고, 노무현 정부 때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냈다.

Posted by 최우규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올해 정반대 궤적을 그렸다. 두 차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지만, 과정은 달랐다. 정동영 의원은 탈당이라는 강수까지 둬 배지를 달았지만, 손 상임고문은 백의종군의 칩거를 계속하면서도 정치적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2007년 대선 패배(정 장관), 2008년 총선 패배(손 상임고문)로 ‘야인’으로 돌아간 뒤 각기 다른 길로 다른 도전을 한 셈이다.


손학규, 4·29 재보선서‘당원’으로 백의종군 춘천서 ‘운둔생활’

지난해 7월 당 대표직을 내놓은 손 상임고문은 강원 춘천으로 들어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방법’을 찾는 데 천착했다. 지난 4·29 재·보선 때 수도권 선거 지원에 차출됐지만 주요 직책을 마다하고 ‘일개 당원’으로 뛰었다. 민주당은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선거와 시흥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그는 춘천으로 돌아갔다.

10·28 재·보선에선 당 지도부가 그를 삼고초려했다. 전통적으로 약세인 수원 장안에 후보로 나서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지도부는 “당 요구를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니냐. 선거에서 전패할 수 있다”고 밀어붙였지만 손 상임고문은 “의원 한 명 더 당선시키는 게 무슨 의미냐”면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지역위원장이자 자신을 지지했던 이찬열 후보를 내세웠고, 스스로는 선대위원장이 돼 뛰었다.

손 상임고문은 이 선거에서 ‘4대강 심판’을 내걸고 이겼다. ‘이번에는 여의도에 남을 것’이라는 여의도의 예상과 달리 그는 다시 춘천으로 갔다. “남아서 할 일도 없고, 고민이 덜 끝났다”는 이유를 남겼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측근들이 모임을 제안했지만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현재까진 은둔자 모습이다. 한 측근은 “손 전 대표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며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는 의미도 있고, 세종시 문제나 예산안 등이 있어 아직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정동영, 지도부 공천거부에 탈당 강수로 ‘배지’ 복당론 다시 고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공세로 일관해왔다. 17대 대선 참패 후 미국으로 갔던 그는 지난 3월 급거 귀국해 4월 전주 덕진 재선거 도전을 선언했다. 당 지도부는 “아직 대선·총선 패배의 인상이 걷히지 않았다”고 말리다 공천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정 전 장관은 탈당,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옆 지역구인 전주 완산갑에도 무소속 신건 후보를 당선시켰다.

선거 직후 복당하려는 정 전 장관의 계획은 ‘탈당한 지 1년 안에 복당하려면 당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당규에 묶여 있다. 물론 치열한 다툼 이후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측면도 작용했지만, 그의 복당에 대한 당내 이견이 상당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이후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이 의제로 떠오를 때마다 그의 복당은 중심에 등장했다.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복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연말 정국이 끝나가면서 복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당초 이달 중 복당 신청서를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정국이 꼬이면서 “낼 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다”(측근)고 유보하고 있다. 분란과 계파 대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복당은 기정사실”이라면서도 당에 구성된 통합과 혁신위원회를 통해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상임고문이나 정 전 장관 모두 ‘자의와 타의’로 민주당에서 떨어져 있지만, 내년 봄 이들에게 정치적 공간이 열릴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손 상임고문은 수도권 선거 지휘를, 정 전 장관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과 4대강 사업 등 현안에서 민주당이 받을 성적표에 그 시기와 공간은 연동돼 변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시선은 지방선거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손 상임고문은 춘천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와 ‘민주개혁진영 비전’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의도 입성 후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뛰어온 정 전 장관은 ‘국민에게 정부의 역할’을 공부하는 데 몰두해왔고, 2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연다.
공히 내년 7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 더 나아가 다음 대선에까지 닿는 주제인 셈이다. 다른 차기 후보들이 부상하지 않는 한, 혹은 부상하더라도 야권 내에서 이들을 향한 관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Posted by 최우규

2009년은 한국 현대사에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로 기록될 터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죽음을 선택한 노 전 대통령과, 그에 충격받아 투병 중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부재는 국민에게 충격과 슬픔을 너머 다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각토록 하고 있다. 양심, 언론, 집회·시위, 노동의 자유와 권리 등 헌법적 가치가 전도되고, 권력기관들은 ‘책임없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어서다.


김 전 대통령은 올 1월1일 “꿈만 같다. 민주정부 10년으로 민주주의는 반석 위에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착각했다”고 자책했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나라도 나서야겠다’면서 3·1민주구국선언 같은 시국선언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해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측근과 가족의 금품수수로 검찰 수사를 받다 5월23일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몸을 던지며 무산됐다. 국민은 충격과 분노를 500만명 이상의 조문과 노란 리본에 쓴 격문으로 표출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라던 김 전 대통령은 이후 폐렴 증상으로 입원 치료에 들어갔으나 8월18일 급성호흡곤란 증후군과 폐색전증 등을 이기지 못하고 서거했다.
100만명의 시민들이 조문했고, 북한은 직접 조문 특사를, 전 세계 지도자들도 추모 메시지를 보냈다. 여야 할 것 없이 ‘화해와 용서, 관용’을 추구한 김 전 대통령 앞 영정에서 옷깃을 여몄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적으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라는 20세기 정치사의 종료를, 노동자·농민·운동권·넥타이 부대 등 ‘민주화 운동 세대’의 종지부를 뜻한다. 한 시대의 종언인 셈이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추구해 쌓으려고 했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가 확연하다. 20, 30년 전 독재정권 시절 벌어졌던 일들이 ‘기시감’처럼 재연되고 있다. ‘낙하산 사장 인사’에 반대하던 기자들이 YTN과 KBS 등에서 해직됐다. 10여년 만에 발생한 해직기자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시킨 선생님들이 어느 날 해직교사가 됐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이 적발돼 징계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대 등 전국 대학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달았다. 전직 대통령 빈소를 만들려고 서울광장에 모여든 시민은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돼 범죄자가 됐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로 몰려 지위 박탈을 넘어 부정당하기 직전이다. 공무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행위 자체를 금지당하고 있다.

권력기관들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국세청은 전 정권 주변을 샅샅이 훑었고, 검찰도 현미경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숨죽였던 국정원은 직무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도청 장비를 대거 사들이면서 시민의 e메일까지 들여다 보고 있다. 권력기관이 밀어붙이기 국정의 전면에 배치되는 형국이다. 

이들은 ‘책임지지 않는 권력기관’으로 지위까지 되찾았다. 그예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와 중계방송식 피의사실 공표로 ‘인격 살인’을 당했다는 게 중평이다. 겨울철 철거민을 진압하던 공권력은 그로 인한 용산참사의 책임을 아직껏 방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내용과 의미의 확산과 진행이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서 그치고 있다. 거대언론에 방송을 나눠주는 미디어법 등은 다수결이라는 명분 속에 거대 여당에 의해 날치기 처리됐다. 민주주의가 여의도에 갇힌 셈이다. 남북 화해·협력도 이미 10년 전 강 대 강의 긴장 국면으로 돌아가 있다.

하지만 민주개혁진영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당들과 시민사회의 행동 반경은 논평과 선언, 집회 정도로 좁혀져 있다. 더욱이 파편화돼 힘이 부족하다. 지난해 촛불시위를 통해 확인한 시민연대와 의지는, 이후 “해봐야 소용없다”는 좌절감으로 변해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은 무거운 과제를 후대에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노 전 대통령은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호소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미디어법 날치기가 있던 지난 7월22일 병세가 호전돼 호흡기를 뗀 순간 병석에서 “상황은, 전망은 어떠냐”고 물었다. ‘강행통과 가능성’을 보고받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민심을 물은 것이다. 퇴임 후 ‘진보의 미래’에 천착했던 노 전 대통령도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 학습이 필요하다”고 유고에 썼다. 

이들이 남긴 부(負)의 극복 등도 산 자의 몫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도입한 신자유주의 폐해와 양극화 심화, 풀지 못한 숙제인 지역주의가 그것이다. “자기를 버리면서 큰 틀로 연대해야 한다”(김 전 대통령), “통합이 중요하다”(노 전 대통령) 등 민주개혁진영에 던진 통합과 연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