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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교육부 관리 한명의 “개 돼지” 발언이 전국을 흔들었다. 잘못된 사고이고, 잘못된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헌데 이를 둘러싸고 물타기 혹은 역공 하는 식의 반응도 나오는 듯 하다.


 우선 ‘취중 실언’이다. 그간 한국에서는 음주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관대해 대해 주는 문화가 있었다. 다른 짓하다 지각하는 것과, 전날 거래처와 술 마시고 늦는 것의 질책 강도는 달랐다. 술 잘마시면 ‘호인’ 식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술 자리에서 음주 강요나 추행 같은 헛짓도 나온 것이다.


 난 도대체 이해가 안됐던 것중 하나는 술 마시고 사고 치면 형벌을 줄여주는 것이다. 강간을 해도, 강도를 해도, 폭행을 해도 술을 마시면 ‘심신 미약’ 상태라고 형을 줄인다. 세상에. 막말로, 누군가를 패고 싶을 때 일부러 술을 마시고 일 저지르면 “술이 웬수”라고 호소해 처벌을 가볍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법원도 음주에 따른 작량감경을 많이 안해주는 것으로 들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에선 당시 식사 자리를 조사해서 소주 몇잔에 폭탄주 몇잔을 마신 상태에서 한 이야기라고 보고했단다. 새누리당에서는 국회 상임위에서 이를 꽤 심각하게 질문했고. 결국 “술 마시고 한 헛소리니 봐달라”는 취지다. 그 자리에서 경향신문 기자들중 한명은 아예 한잔도 안마셨고, 다른 한명도 몇잔 안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부가 주장한바 대로 그 관리가 저만한 양의 술을 미리 몽땅 마셔 취한 상태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한 게 아니었다.


 기자들 말에 따르면 그 관리는 자리를 자주 비었고, 자신이 먼저 화제를 꺼냈고,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논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이 발언의 심각성을 감안해 여러차례 농담이냐, 진심이냐는 식으로 물었고 발언 취소(이를 테면 “농담입니다. 요즘 답답해서 해본 말이에요”라는 식의)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스마트폰이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의 발언의 취지와 논리 전개를 취소하지 않았다. 즉, 취중에 나온 실언이 아니라 머리에 각인된 내용이 입으로 흘러나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 관리는 ‘그날 폭탄주 8잔과 소주 11잔을 마셨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이 마셨다는 취지다. 헌데 취해서 헛소리를 한 사람이니, 그 만큼 마셨다는 술잔의 숫자도 헛소리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아닌가. 스스로 순환 논리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모양새가 고깝다 못해 안타깝다.



 두번째로는 그 관리가 언쟁을 하는 과정에서 격해져 ‘다소 과격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존심이 극히 강하고 스스로 말빨이 세다고 자부하는 이들인데, 논쟁하다가 잘못된 발언을 해도 끝내 우기면서 철회하지 않는 경우다. 하지만 경향신문 기자들이 말했듯 이 문제는 기자들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끄집어 낸 이야기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그와 논쟁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질문을 했고, 거기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 이는 해당 관리다.

무엇보다 언쟁이 격해졌다고 해도, 할 말 안할 말이 있다. 제 성질을 못이겨 못할 말을 했다면 의당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세번째로 ‘사석에서 한 이야기를 기사화하느냐’는 것이다. 교육부 주요 관리가 대변인 등과 함께 왔다. 그리고 경향신문의 특정 부서장과 출입기자가 마주 앉았다. 그들이 거기서 파티를 한 것도 아니고, 선을 본 것도 아니다. 해당 관리와는 첫 대면이라지만 그 관리는 자신이 담당하는 부처 내 문제를 이해시키고 싶었을 것이고, 경향신문 기자들은 부처의 주요한 관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었을 것이다. 당연히 업무의 연장 선상이었다. 그 자리의 식사 비용도 관리가 내거나 더치페이를 한 게 아니라 교육부의 업무용 카드로 처리됐다고 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사석에서 한 이야기, 기자 윤리’ 운운하는 말이 나돈다는데, 솔직히 그런 기자들 한심해 보인다. 그렇다면 검사가 친구와 사석에서 술 마시고 돈 받았다는 내용을 알고도 "사석에서 벌어진 일인데"라고 기사를 안 쓸 건가.


기자가 기사 판단을 할 때 기사 자체만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게 어느 자리에서 나온 건지는 기사 자체보다는 판단할 때 더 무거운 가치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내용이 오프나 엠바고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서석재 총무부 장관의 노태우 전 대통령 4000억원 비자금 발언,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도 기자들과 술자리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게 사인의 프라이버시, 취재원 보호보다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의 알권리가 더 무거우면 당연히 기사화해야 하는 것이다. 난 그렇게 배웠고,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관리들이나 기자들, 그런 밥, 술자리에서 사고 당하면 "업무가 아니었다"면서 산재 신청도 안하고 사적으로 알아서 고칠 거냐고.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

누구나 어리석은 생각을 갖는 법이지만, 현자는 단지 이를 말하지 않을 따름이다." (빌헬름 부쉬, 1832~1908)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