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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 1집, 이승렬 1집을 처음 들었을 때 꽤나 놀랐습니다. “와, 이런 음악도 있네.” 그냥 노래가 좋아서 뿐만 아니라 특이해서입니다. 한국 록이나 발라드에 묻은 ‘한국적 달콤함’이 좀 적어서입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특이함, 독특함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한 달 전쯤 들은 이 음반이 그랬습니다. <솔튼 페이퍼>라는 제목의 미니 음반은 독특했습니다. 다른 데서 들어보지 못했던 작법과 편곡으로 시종일관하더군요.


MYK 미니 음반 <솔튼 페이퍼>



 국내 밴드라는데 처음 들어봤고, 누군가 하고 찾아봤더니 언더그라운드 힙합 쪽에서는 꽤 실력있는 ‘선수’라고 하더군요. 근데 음악은 힙합이 아닌. 나중에 보니까 가수 이승환이 그의 노래중 데모 1분을 듣고는 “물건을 찾았구나 싶었고, 단박에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9년만에 자신이 대표인 음반 제작사 ‘드림팩토리’에서 신인 가수 음반을 제작했습니다.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웬만한 뮤지션은 무서워서 만들지 못할 음악을 하는 친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MYK(29·본명 김윤민)입니다. 이름 약자가 김윤민이면 KYM이어야 하고, 미국 식으로 ‘윤민 킴’이면 YMK일텐데 왜 MYK일까. 소속사에 물어봤더니, 영어 이름이 ‘마이클’이어서랍니다. ‘마이클 윤민 킴’을 MYK로 쓴 겁니다.


 음반 겉장 사진에는 나무와 하늘, 갈대가 보입니다. 어쿠스틱, 아날로그 등 자연의 강조인 셈이죠. 그 뒤쪽에 송전탑이 지나갑니다. 생뚱 맞지만, 어쩌면 이 안에 솔튼 페이퍼의 콘셉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크, 모던록, 힙합의 자연스런 조화입니다.


 첫곡 ‘애프터 더 레키지’는 어쿠스틱 기타와 첼로에, 나른한 목소리, 몽환적 느낌을 주는 포크 곡입니다. 빈티지(오래된) 느낌을 내기 위해 낡은 싸구려 기타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프라이드 데이’에는 디제이가 음반을 긁어내는 ‘스크래치’ 소리와 합창의 루핑(드럼과 베이스, 기타 연주를 한 두 마디 만을 계속 반복함) 등 힙합 요소를 넣었습니다.

 ‘모자’는 모던 록이지만, 그 안에 힙합에서 쓰는 그루브함(통통 튀는 느낌)을 섞었습니다. 정말 Modern한 소리가 납니다.

 피아노 소리로 시작하는 ‘하트 스톰’은 영국 브릿팝 밴드 노래 같은 곡입니다. 영국 밴드 ‘콜드 플레이’를 연상시킨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라이브에서 인기를 끄는 곡이라고 합니다.

 전 ‘홈’이라는 곡에서 놀랐습니다. 왠 여성 가수의 애절하고 가녀린 목소리가 귀를 잡습니다. 알고 보니 세계적 힙합 가수 ‘스눕 독’이 조련하는 폴란드 출신 여가수 아이자 라쉬라고 합니다.

 얼마 전 태어난 자신의 아들에게 “세상은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어둡지는 않아. 이따금 어려워보이기는 하지만, 네가 자라면 결국 인생은 멋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고 긍정을 전하는 ‘어텀’은 깔끔한 포크입니다. MYK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제일 좋다고 꼽았습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랩을 하는 ‘러브송’은 ‘솔튼 페이퍼’의 지향을 보여줍니다. MYK가 직접 스크래칭을 했고, 록과 포크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워낙 영어를 잘해서인지, 그리고 힙합을 몸에 익히고 있어서인지, 플로와 라이밍이 기가 막힙니다.


 MYK는 절창 가수는 아닙니다. MBC <위대한 탄생> 같은 데 나가면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잔잔하면서도 질감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이 음반을 만들면서 프로듀싱,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 및 피아노·신디사이저 그리고 퍼커션 연주, 스크래칭, 작사, 작곡, 현악 편곡까지 해냈습니다. 사실상 원맨 밴드인 셈이죠.


 공연 때에는 MYK가 맡고, 기타는 진실, 베이스 김충선, 드럼 송재영, DJ 짱가(장상준)이 밴드로 나서 연주를 합니다.


음반 <솔튼 페이퍼>를 낸 MYK가 5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MYK의 다재다능함에는 그럴 만한 자양분이 있었습니다. MYK는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서 태어나 21살 때까지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말 발음이 어색합니다. 본인은 꽤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빠다’ 발음이 잘 안빠진다고 합니다. 인터뷰할 때 한국말로 해놓고는 자꾸 옆에 있던 매니저에게 “make sense(말 돼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삼성전자 ‘가로본능’ 폰,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등을 디자인한 세계적 디자이너 김영세 이노 디자인 대표입니다. 남들 같으면 음반 홍보할 때 그럴 거 내세울만도 한데, 보도자료 어디에도 없더군요. 김 대표 이야기를 물어봐도, 그저 ‘아들이 아버지 이야기하듯’만 합니다.


 김영세 대표는 대학 시절 한국 저항가수의 상징 김민기씨와 함께 ‘도비두(도깨비 두마리)’라는 통기타 그룹을 만들어 대학가를 풍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음악과 접했다고 합니다. 조용필, 소방차 등의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MYK는 “부모님 말씀이 제가 말하기 전에 노래를 하고, 걷기도 전에 춤을 췄다고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MYK는 초등학교 다닐 때인 1994년 너바나, 그린데이 등 그런지 펑크 밴드 음악을 들으며 밴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장기자랑에도 나갔고요. 중학교 가서는 힙합을 들었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하는 빵집, 자기 아버지 차고 같은 데서 힙합 파티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도 음악에 심취했답니다. 아버지는 그가 ‘당연히’ 대학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공부가 별로이면 미대를 가보라”고 권하기도 해, 실제 MYK는 미술을 1년 반 정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첫 자작곡은 고3 때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로스앤젤레스로 향했습니다. "음악을 하려면 할리우드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라고 합니다. 거기서 예전 밴드 멤버를 불러 모아 음악을 했습니다. 좀 제대로 배워보자고 해서 LA에 있는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수년동안 공부하면서 학위를 따는 코스도 있고, 1년 혹은 몇개월 짜리 프로그램도 있다고 합니다. 그는 레코딩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6개월짜리를 이수했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한번 한국에 가보라"는 권유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본인은 'discourage(좌절), hopeless(절망) 상태'였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교포들을 만나서 친구로 사귀는 과정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었답니다.

 

 이 때 에픽하이의 타블로를 만났습니다. 타블로는 MYK 사촌 형과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인연이 있었습니다. MYK는 타블로와 첫 대면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했습니다. 타블로가 ‘에픽하이’ 3집을 준비하던 때입니다. 스타벅스에서 만났고, 데모 음악을 듣고는 이런 점은 잘한다, 이게 좋다는 식으로 자기 음악을 짚어두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적 교류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와 힙합 고수로 손꼽히게 해줬습니다. ‘에픽하이’에 YMK가 참여해서 제4의 멤버라고도 불립니다. 그리고 그간 자신의 음악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첫 음반을 내게 된 것입니다.


 그의 음악은 당연하게도 취향과 밀접하게 닿아 있습니다. 펄 잼, 앨리스 인 체인, 사운드 가든, 그린데이 같은 펑크 폭 밴드부터 3·11, 키드 쿠디, 너드 같은 얼터너티브 힙합 등을 좋아합니다. 포크도 좋아합니다. 그는 최근 음반 공개행사 때 “김민기 선생님이 내 롤 모델”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왜 이번 음반 이름을 'salt and pepper'(소금과 후추. 양식의 대표적 양념)도 아닌 'Salt'N Paper'라고 지었는지 물었습니다. 이승환이 만들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MYK는 "자연, 날 것, 아날로그 그런 느낌이 나서 참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음반 <솔튼 페이퍼>를 낸 MYK가 5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그에게 그의 음반을 잘 듣는 법을 요청했습니다.

 “어. 이런 거 잘 못하는데요. 암튼 비오는 날, 야외에서 맨발로, 혹은 바닷가에서, 아무튼 자연 속에서 우울하거나 주관적이 될 때 생각이 많아져서 예전 생각하고 싶을 때 그럴 때 들어보세요.”


 최근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섰던 그는 이번주 KBS2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 녹화를 합니다. 또 8월 경기 이천시에서 열리는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에도 설 예정입니다. 앞으로 그의 무대를 기대해봅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