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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쓴(이런 figurative language도 이해 해주지 않고 '진짜로 발로 썼느냐'거나 '구족 화가나 구족 서예가 폄훼'라고 질타하실 정색남녀들은 이 글을 읽지 마시길) 칼럼>(부제 : 의식의 흐름대로, 즉 멋대로 쓴)


‘사저(私邸)정치’란 말이 나오고 있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뒤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양상이어서 나오는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 퇴임한 다른 대통령처럼 청와대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진 몇명을 데리고 가서 비서(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경수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비서들이었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비서였다)로 삼기보다는 현직 국회의원들로 비서진을 꾸린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박 의원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박 의원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사진

소위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과 맏형 격인 최경환 의원이 총괄을 한단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불렀다고 자랑해온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조원진·이우현 의원이 정무를, '반탄 집회'에서 태극기 망또를 두르고 사자후를 토해 ‘친박 영웅’으로 등극한 김진태 의원(내친 김에 오늘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다. 꼭 결승까지 완주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 지는 의문)이 법률 담당이란다.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이메일 설정 때문에 금융 관련 스팸으로 자동 분류되는 바람에 항상 이름을 ‘박!대!출!의원’이라고 써서 보내야 했던 아픔을 가진 박대출 의원이 수행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KBS 기자 시절 희한한 마술 쇼(개인적으로 방 천장에 휴지 던져 붙이기 등 세가지를 봤다)로 기자들과 의원들로부터 감탄어린 시선을 받더니 어느날 오전 문화부장으로서 부장단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변신하는 매직을 선보인 민경욱 의원이 대변인 역할을 한다고 전해졌다.

 자신들은 이게 공식 모임이 아니라지만, 그 속내는 자신들만 알 터이고 남들은 그렇게 본다는 게 중요하다. 정치인으로 마땅히 감내해야 할 게 이거다. 스스로 아무리 안그렇다고 해도 수많은 유권자가 그렇게 보면 그런 거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배겨내지 못하구 불과 몇주만에 정치판에서 발을 뗀 것도 이런 걸 못 견뎌해서다.

 암튼 삼성동 인물들은 스스로는 쫓겨난 Fairy Queen을 용과 마녀, 악마로부터 지키려고 자원 등판한 기사들이라고 여기며 ‘정신승리’하고 싶겠지만, 남들은 '삼성동 공주와 여덟 난쟁이'라거나 '십상시'라거나, 뭐 그런 말로 부르는 모양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사저라는 용어를 맞닥드리면서 목구멍에 뭔가 걸리는 듯했다. 사저는 국어사전에 ‘개인의 저택. 또는 고관(高官)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주택을 관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보통의 뜻으로는 개인 주택이지만, 대부분 이는 관저(官邸)의 반대말처럼 쓴다. 관저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관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을 뜻한다. 따라서 사저는 현직 장관급 이상 고관이 관저 말고 따로 개인적으로 마련해 두고 거주하는 곳을 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스통이 배달돼 들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가스통이 배달돼 들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2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직 고관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 최고위직 고관이었지만, 파면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직위는 물론 퇴임 이후 보장됐던 여러 특권들도 몽땅 날린 사람이다. 혹시 많은 국가기밀과 정보(약간 의심은 되지만, 그래도 줄곧 서면 보고를 받아봤다니 장삼이사보다야 많을 것이다)를 알고 있어, 또 워낙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위해를 당할까 봐 경호와 경비만 해준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머무는 곳은 관저의 반대말인 사저를 써서는 안된다. 그냥 박 전 대통령의 자택 혹은 집이 맞다.

두번째로, ‘사저’라는 말은 왕조시대에 만들어져 권위주의 시대 주로 통용되던 말이다. 사저의 ‘저(邸)’자는 집, 주막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종친(宗親·임금의 친족), 왕후(王侯·제왕과 제후)의 사제(私第·개인 소유의 집)’라는 뜻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임금의 친족, 왕후와 그의 가족이라는 말이다. 조선 시대에, 왕세자를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인 ‘저하(邸下)’가 바로 ‘저(邸) 밑에 사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황제를 부를 때 ‘폐하(陛下)’라고 부르는 식이다. 여기서 폐((陛)는 ‘대궐의 섬돌(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을 뜻한다. 하지만 다들 알듯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하도 아니고, 종친이나 왕후 혹은 그 가족도 아니지 않은가. 아, 물론 그 자신과 그의 추종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그렇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경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경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마 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서울 상도동과 서울 동교동 자택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며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구성했듯, ‘삼성동계’를 꾸리는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그리고 비슷한 지경에 이르렀다가 부활한 친노계처럼 다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싶어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될까.

우선 명분과 세력에서 삼성동에 모인 인물들은 상도동, 동교동계에 미치지 못한다. 군부독재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꿈꾸고 종국에 집권을 위해 뛰었던 이들과, 국정 농단과 선거 참패로 쭉정이 신세가 된 이들이 같을 수 있겠나. 또 친노는 한 때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칭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폐족’을 자처했다. 그러다 10여년의 시간 뒤 그 지지자들과 세력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전제 조건과 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예인들 잘못하고 난 뒤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자숙’ 말이다. 지금 소위 '사저 정치'를 하려는 이들은 그게 없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