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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은 19세기 중산층 삶을 소설로 그려냈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등을 냈다.


오스틴은 악착같은 관찰력으로 사람들의 행태를 바라보고 그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또 날카로운 시각으로 물질지향적 세태와 중산층·귀족의 허위의식을 풍자했다.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들어 더 인기를 끌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BBC의 ‘지난 천년간 최고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의 작품 중 <이성과 감성>은 자매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성적인 엘리너는 차분하고 분별력 있다. 감성적인 마리앤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랑도 엘리너는 뜨뜻미지근하게, 마리앤은 불 같이 한다.


 오스틴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줬을까. 소설에서 엘리너가 먼저 결혼을 한다. 그 뒤 마리앤이 결혼에 성공한다. 


이 때문에 클레어 토멀린 같은 평론가는 오스틴이 ‘이성’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고 봤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조화에 방점이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안 그렇겠나. 최근 몇몇 기업은 이성과 감성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보여줬다.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났다. 3일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GS칼텍스 송유관에서 유출된 사고이기 때문에 GS칼텍스 측이 1차 피해 보상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즉각 “1차 피해 보상 주체라는 표현은 말도 안된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그는 5일 “사고의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2차 피해자는 어민”이라고 했다. 비난이 빗발쳤다. 윤 전 장관은 다음날 해임됐다.


머리 만지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출처: 경향DB)


GS칼텍스는 11일에야 사과했다. 허진수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신문 1면 하단에 광고를 내고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처음엔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성’이 피해자와 이를 바라보는 국민 아픔을 보듬는 ‘감성’을 이겼다. 그러니 “우리가 피해자”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비로소 ‘감성’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NH농협카드를 대상으로 현장검증을 했다.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농협은 ‘한국크레딧뷰로 직원 박모씨가 자료를 가지고 왔다’며 박씨만 희생양으로 삼는데, 내부 점검을 해봤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신형 NH농협카드 분사장은 “저희가 피해자”라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이 피해자이지, 농협카드가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질타했고, 다른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 분사장은 GS칼텍스와 달리 즉시 “사과하겠다”고 몸을 굽혔다.


최근 CJ가 벌인 일은 어떤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CJ그룹 이재현 회장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간 유산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CJ는 7일 홍보실 명의로 보도자료를 냈다. “진심어린 화해로 이 건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원고(우리)의 진정성은 변함이 없다. 삼성이 제안한 화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대화 창구나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다분히 ‘언론 플레이’ 냄새가 난다. 가족간 화해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 쪽에 언질을 넣은 게 아니라, 언론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너무 머리(이성)를 굴린 탓에 공감(감성)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요란하게 언론을 통해 대화 창구나 방법 등을 논의하자고 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한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 보도자료에 더 공감이 가는 것이다. 진정성은커녕 ‘센스’라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최우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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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