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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아들은 초등학생이다. 5학년이다. 성질도 있고, 참을성도 있다. 나름 배려심도 있다. 재미난 녀석이다.


 4년 전 미국에서 연수할 때다. 1주일 봄방학에 맞춰 2월 디즈니월드로 갔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다. 거주하던 아이오와 주의 아이오와 시티에서 사흘간 내내 차를 몰아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미국 연수 시절 아들(왼쪽)과 딸. 집 바로 옆에서 찍었다. 아들은 머리를 길게 길러 휘날렸다.


 4일짜리 티켓을 끊었다. 매직 킹덤, 애니멀 킹덤, 할리우드 스튜디오(아들은 이를 ‘스타디오’라는 식으로 발음했다. 아마 아이오와 애들이 그렇게 발음하는 듯했다), Epcot(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을 차례로 돌았다. 초등학교 2학년(한국식으로는 1학년)인 아들, 유치원생인 딸로서는 강행군이다. 사흘간 하루 10시간씩의 드라이브, 나흘간 하루종일 걷기와 타기.


 4개 테마 파크를 모두 돌고, 하루를 더 쉬었다. 다시 집으로 가려면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 날 묶고 있던 숙소 근처의 ‘랍스터 뷔페’에 갔다. 어른 2명, 아이 2명이 먹으려면 100불 정도 하는 곳이다.

 한국에선 10만원을 한끼 가족 식사에 쓸 수도 있다. 이따금이지만. (써놓고 보니 '쳇'이다. 10만원을 한끼 식사에 쓰다니.) 하지만 미국서 연수·유학을 해본 사람은 안다. 100달러가 얼마나 큰 지를.


 당초 나흘 전 숙소에 도착한 첫날 랍스터 뷔페를 봤고, “저기 가볼까”라고 해서 실제 가격을 물어봤다. 가격이 셌다. 포기하고 옆식당(무슨 쿱인가 하는 곳인데)에 가서 30~40불 짜리 저녁을 먹었다.

 뭘 잘 모르던 딸은 그러려니 했지만, 아들은 ‘몹시’ 실망한 눈치였다. 새로운 음식, 그것도 맛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터였으리라.



 아들 눈에 비친 서운함이 내내 마음 한구석을 눌렀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한번 먹자. 100불 그까이 것”했고, 집사람도 ‘오케이’했다.

 아들은 들떠서 종달새처럼 지저귀었다. 뷔페에 들어섰고 자리에 앉았다. 빨갛게 익은 랍스터를 갖고 와서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배불리 먹었다.

 뷔페 문제점은 과식한다는 것이다. 아들은 그날 분명 과식을 했다.


 다음날 아이오와로 향했다. 두어시간 달렸을 때였다. 아들이 “아빠, 속이 안좋아”라고 했다. 멀미하나 보다 하면서도, 좀 이상했다. 아들은 그전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멀미를 안했다.

 휴게소에 세웠다. 물을 주려고 했는데, 말릴 사이도 없이 아들이 땅바닥에 토했다. 허옇고 멀건 내용물이 나왔다. 아들 얼굴은 창백해지고 땀을 조금 흘렸다.

 못내 안쓰러웠다. 물을 좀 마시고 쉬게 했다. 딸도 오빠가 안쓰러운지 눈치를 살살 봤다. 그리곤 조그만 목소리로 동요를 불렀다.

 한 20여분 안정을 취한 뒤 차를 탔다. 그 뒤로는 괜찮았다. 속에 탈이 났던 것이다. 사흘을 다시 달려 아이오와 집에 갔다.


 아들은 아마도 엄마와 아빠가 랍스터 부페에 가려고 '큰 마음' 먹은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자신의 아쉬움이 뷔페로 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안 것 같았다. 그러니 먹을 수 있는 힘껏 먹은 것이다. 과하게.

 그랬으니 배탈이 났고, 토했다. 그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배꼽 근처가 뭉치는 느낌이었다.


 한국 와서도 랍스터 이야기를 가끔하고, 노량진 수산 시장에 가면 거기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랍스터는 한국서도 비쌌다.


 최근 한 마트를 갔더니 랍스터가 한 마리에 1만몇천원쯤 했다. 요즘 마트에서 손님 유인용 상품으로 많이 파는 바로 그 랍스터다. 2마리를 사왔다. 네 식구가 먹기에는 너무 적었다. 그래서 새우도 좀 샀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풀어보라고 했다. 아들은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랍스터다”라고 했다. 연신 “맛있겠다”고 했다. 쪄서 주었더니, 맛있게 먹었다. 딸도 맛있게 먹었다. 나와 집사람은 껍질을 까서 살 발라주기 바빴다. 살은 거의 못 먹고, 내장을 좀 얻어 먹었다.


 아들은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서도, 한번도 “저거 사줘”라고 안했던 것이다.


 -"종엽아, 네 이야기 썼다. ㅎㅎㅎ"(녀석은 자기 이야기를 모른 사람에게 하는 것에 질색한다.)

  어느 상인의 사재기로 킹 크랩 가격이 폭락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일이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