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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험”하고 목을 고르는 소리가 나고 기타 전주가 나오고, 멜로트론 소리가 몽롱하게 흘러 나오던 노래 ‘원더 월’, 떠오르십니까. 1990년대 중반에 참 좋아했습니다. 영국 모던 록의 선두주자였던 ‘오아시스’는 그렇게 리암 갤러거의 목소리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애가 안좋을 수 있을까요. 다섯 살 터울인 노엘 갤러거와 동생 리암 갤러거는 사사건건 싸우고 다투다가 결국 갈라섰습니다. 오아시스 팬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요.

 

노엘(오른쪽), 리암 갤러거 형제

 

 그 뒤 리암 갤러거는 남은 오아시스 밴드 멤버를 모아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비디 아이’로, 구슬같은 눈입니다. 2년전 ‘디퍼런트 기어, 스틸 스피딩’이라는 음반을 냈습니다.

 

 그리고 13일 새 음반 ‘비(Be)’가 발매됐습니다. ‘오아시스’ - 노엘 갤러거 = ‘비디 아이’. 이번 음반 <비>는 이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노엘의 텁텁하지만 매력있는 목소리는 빠졌지만 리암의 좀더 매끈한 목소리는 그대로입니다. 브리티시 록의 영화를 고스란히 재연하는 노선도 지키고 있습니다.

 

비디 아이 두번째 음반 커버

 

 리암 갤러거는 음악전문지 Q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이번 음반이 망하면 앞으로 더 이상 레코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는 걸까요. 우선 음반 커버 사진부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벗은 상반신의 여성이 누워있는데, 손으로 가슴을 가렸지만 젖꼭지가 노출돼 있습니다.

 

 

  사진작가 해리 페치노티 작품으로, 부인을 찍었습니다. 페치노티는 1960, 70년대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잡지 <노바>의 예술편집장 겸 사진작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음반에는 1960, 70년대 영국의 주요 록 계에서 유행했던 음악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바로 사이키델릭과 스페이스 록, 프로그레시브 록입니다. 다만 이를 고스란히 답습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곳곳에서 기울였습니다. 혼 섹션의 과감한 도입 등이 그렇습니다.

 

 첫 곡 ‘플릭 오브 더 핑커>에는 혼 섹션이 강하게 부각됩니다. 늘쩍지근한 리암 갤러거 목소리에다 과거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시도했던 구체음악 요소도 삽입돼 있습니다. 곡 후반부에 남성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란 출신 영화배우 케이반 노박의 목소리로, 전위극 <마르키 드 사드의 연출 하에 사랭통 정신병원의 환자들이 연기한 장 폴 마라의 박해와 암살>에서 발췌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곡 ‘솔 러브’는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 베이스로 시작합니다. 건조하면서 무심한 목소리로 나른합니다. 배경음에 1960년대 사용된 사이키델릭 록의 요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세번째 곡 ‘페이스 더 크라우드’는 초기 로큰롤처럼 단순한 가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싱글로 내놓은 ‘세컨드 바이트 오브 디 애플’는 울리는 소리와 찌그러트린 보컬이 인상적입니다. 혼 섹션도 마치 디스토션 걸린 기타 같이 연주됩니다.

 

 이후 곡들은 과거 거장들에 받치는 오마주 같습니다. ‘순 컴 투모로우’는 블루지한 기타 솔로가 강조돼 있습니다. 지미 헨드릭스 연주 풍으로, 와우와우 페달을 사용해 소리에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또 ‘이즈 라이트’와 ‘아임 저스트 세잉’은 이들이 ‘오아시스’ 시절부터 해왔듯 비틀스 소리를 재연해 놓았습니다. 리엄 갤러거 목소리는 흡사 존 레넌을 흉내내듯 노래했습니다. ‘샤인 어 라이트’는 ‘롤링 스톤스’처럼 풍부한 코러스와 키보드, 현악기 음 등이 골고루 배치돼 있습니다. ‘스타트 어뉴’에서는 무디 블루스나 바클리 제임스 하비스트 같은 1970년대 영국의 잔잔한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도운트 브라더 미’는 형인 노엘 갤러거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괴롭히다(bother)’라는 단어를 ‘형(brother)’라고 바꿔 놓은 것입니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발라드 곡이지만 뒤로 갈수록 키보드를 넣어 ‘호크윈드’ 밴드 같은 스페이스 록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불룸 피겨드’는 잔잔한 포크 록입니다.

 

영국 밴드 '비디 아이'

 이 음반에 대해 리암 갤러거는 “<(왓츠 더 스토리)모닝 글로리?> 이후 오아시스가 만들어야 했던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그들 최대 히트 음반의 미래, 궤적을 따랐다는 것입니다.

 

 <(왓츠 더 스토리)모닝 글로리?> 음반만큼 중독성 있고 감칠 맛나는 멜로디는 없지만, 전통과 정통을 갖추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특히 리암은 그의 형 노엘에게 “자 들어봐. 내가 이겼지?”라고 놀리는 듯합니다. 불혹(不惑)을 넘어서서도 말입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