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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한국 현대사에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로 기록될 터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죽음을 선택한 노 전 대통령과, 그에 충격받아 투병 중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부재는 국민에게 충격과 슬픔을 너머 다시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각토록 하고 있다. 양심, 언론, 집회·시위, 노동의 자유와 권리 등 헌법적 가치가 전도되고, 권력기관들은 ‘책임없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어서다.


김 전 대통령은 올 1월1일 “꿈만 같다. 민주정부 10년으로 민주주의는 반석 위에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착각했다”고 자책했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나라도 나서야겠다’면서 3·1민주구국선언 같은 시국선언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해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측근과 가족의 금품수수로 검찰 수사를 받다 5월23일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몸을 던지며 무산됐다. 국민은 충격과 분노를 500만명 이상의 조문과 노란 리본에 쓴 격문으로 표출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라던 김 전 대통령은 이후 폐렴 증상으로 입원 치료에 들어갔으나 8월18일 급성호흡곤란 증후군과 폐색전증 등을 이기지 못하고 서거했다.
100만명의 시민들이 조문했고, 북한은 직접 조문 특사를, 전 세계 지도자들도 추모 메시지를 보냈다. 여야 할 것 없이 ‘화해와 용서, 관용’을 추구한 김 전 대통령 앞 영정에서 옷깃을 여몄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적으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라는 20세기 정치사의 종료를, 노동자·농민·운동권·넥타이 부대 등 ‘민주화 운동 세대’의 종지부를 뜻한다. 한 시대의 종언인 셈이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추구해 쌓으려고 했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가 확연하다. 20, 30년 전 독재정권 시절 벌어졌던 일들이 ‘기시감’처럼 재연되고 있다. ‘낙하산 사장 인사’에 반대하던 기자들이 YTN과 KBS 등에서 해직됐다. 10여년 만에 발생한 해직기자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시킨 선생님들이 어느 날 해직교사가 됐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이 적발돼 징계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대 등 전국 대학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달았다. 전직 대통령 빈소를 만들려고 서울광장에 모여든 시민은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돼 범죄자가 됐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로 몰려 지위 박탈을 넘어 부정당하기 직전이다. 공무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행위 자체를 금지당하고 있다.

권력기관들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국세청은 전 정권 주변을 샅샅이 훑었고, 검찰도 현미경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숨죽였던 국정원은 직무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도청 장비를 대거 사들이면서 시민의 e메일까지 들여다 보고 있다. 권력기관이 밀어붙이기 국정의 전면에 배치되는 형국이다. 

이들은 ‘책임지지 않는 권력기관’으로 지위까지 되찾았다. 그예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와 중계방송식 피의사실 공표로 ‘인격 살인’을 당했다는 게 중평이다. 겨울철 철거민을 진압하던 공권력은 그로 인한 용산참사의 책임을 아직껏 방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내용과 의미의 확산과 진행이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서 그치고 있다. 거대언론에 방송을 나눠주는 미디어법 등은 다수결이라는 명분 속에 거대 여당에 의해 날치기 처리됐다. 민주주의가 여의도에 갇힌 셈이다. 남북 화해·협력도 이미 10년 전 강 대 강의 긴장 국면으로 돌아가 있다.

하지만 민주개혁진영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당들과 시민사회의 행동 반경은 논평과 선언, 집회 정도로 좁혀져 있다. 더욱이 파편화돼 힘이 부족하다. 지난해 촛불시위를 통해 확인한 시민연대와 의지는, 이후 “해봐야 소용없다”는 좌절감으로 변해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은 무거운 과제를 후대에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을, 노 전 대통령은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호소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미디어법 날치기가 있던 지난 7월22일 병세가 호전돼 호흡기를 뗀 순간 병석에서 “상황은, 전망은 어떠냐”고 물었다. ‘강행통과 가능성’을 보고받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민심을 물은 것이다. 퇴임 후 ‘진보의 미래’에 천착했던 노 전 대통령도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 학습이 필요하다”고 유고에 썼다. 

이들이 남긴 부(負)의 극복 등도 산 자의 몫이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도입한 신자유주의 폐해와 양극화 심화, 풀지 못한 숙제인 지역주의가 그것이다. “자기를 버리면서 큰 틀로 연대해야 한다”(김 전 대통령), “통합이 중요하다”(노 전 대통령) 등 민주개혁진영에 던진 통합과 연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