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이달 초 느닷없이 생겨나 정치권과 사회를 흔들었다. 여야 정당들은 안철수 한 명에게 밀리듯 무대의 중앙을 내줬다. 공고하던 ‘박근혜 대세론’도 틈을 보였다. 그는 등장처럼 느닷없이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후방 효과는 여전하다.
경향신문은 28일 안철수 현상이 뭔지, 그 현재와 미래를 놓고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52·사회학부), 서울대 조국 교수(46·법학전문대학원)와 대화를 나눴다. 김 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민주화 리더십 다음 단계에 대한 시민의 욕구”라고, 조 교수는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는 ‘멋진 성공, 착한 성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1987년 체제’와 외환위기 후 양극화가 심화한 ‘1997년 체제’의 간극에서 안철수 현상이 부상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안철수 현상만 바라볼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결국 시민·대중이 나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왼쪽)와 서울대 조국 교수가 28일 서울 독산동 노보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안철수 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k39@kyunghyang.com


- 도대체 안철수 현상은 무엇인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이하 김동춘) = 현재 정당이 사람들의 요구나 변화 욕구, 열망을 대변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정당정치의 부재다. 이게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인, 정치가들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보여준 개인적 이력이나 행적에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대가를 받지 않고 배포하는 등 자기를 버리면서 가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이하 조국) = 동의한다. 추가할 것은 1987년 체제에서 정치의 한계다. 정치권은 여든, 야든 정치적 민주화의 산물인 1987년 체제로 굴러간다. 대중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생의 붕괴가 구조화된 ‘1997년 체제’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대중은 ‘안철수’를 보게 됐다. 안철수는 ‘멋진 성공’ ‘착한 성공’이다. 지위와 부를 가지면서도 약자를 배려하고 정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다.

김동춘 = 좀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기업가로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현상의 연장인 측면이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리더십이 가졌던, 도덕성과 투쟁성이 가진 효과가 일정 정도 시효를 다한 점이 있다.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기업이 보여주는 효율성과 생산성, 그리고 기업을 직접 운영해온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깔려 있다. 민주화 다음 단계의 리더십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이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을 자임했지만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경제의 이름으로 사회정의와 도덕성을 너무 무시했다. 그런 게 전문가, 양심적 기업가, 창의적 기업가 출신 안 교수 지지에 반영됐다.

조국 = 20, 30대층은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철수는 닮고 싶어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청년은 ‘투사’가 되고자 했다면, 지금은 ‘안철수’가 되고 싶어한다.

- 안 교수가 앞으로 정치를 할까.

김동춘 =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동안 우리 정치사를 봤을 때 개인의 결단을 넘어서는 측면이 있다. 제도정치가 사회의 열망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극우반공 체제와 관계있다. 우리 정치는 일정한 이념적 스펙트럼만 참여할 수 있고, 진입 관문이 대단히 높은 폐쇄적 구조다.
그래서 대변되지 못하는 노동자나 대중들의 열망은 언제나 바람 형태로 표현된다. 기성 정당 틀 내에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밖에서 수혈을 해서 위기를 돌파한다. 안 교수의 경우 정치를 할지 안할지는 본인도 모른다. 저는 안 교수가 정치를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기성 정치가들이 잘해주면 가장 좋다.

조국 = 안철수는 이미 개인이 아니다. 대선후보로 이름이 오른 상태이기에 자신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이 그를 정치권으로 밀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달 초 서울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그는 우회적으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안 교수는 구체적 정책이나 비전을 보여준 게 없지 않나.

김동춘 = 그건 적절한 비판은 아니다. 우리 정치는 구체적 정책 사안을 중심으로 대립각이 만들어지지 않고 인물 중심으로 움직인다. 언론 역시 언제나 후보 위주의 구도를 만들어낸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변적이다. 현실정치나 제도권 정치에서 돌파구를 열지 못하고, 시민사회에서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안 교수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의 장으로 흡인될 수 있다. 정책은 바로 그를 옹립한 뒤에 조직된 세력의 몫이다.

조국 = 지금 대중의 환호는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의 산물이다. 안철수의 멋진 성공, 착한 성공이 정치영역에서도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점이 있다.
정당정치가 후진성을 가졌고,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집권해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회의적이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과잉기대가 있는 상태에서 그 자신이 (기대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 정당에 속하지 않은 모습으로,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식으로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 안 교수가 여야를 넘어서는 제3이념, 제3지대, 제3세력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김동춘 = 정당의 사회적 기반 문제다. 한나라당은 이해관계로 뭉친 사람들이다. 민주당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더라도 호남 기반을 무시할 수 없다. 제3정당 혹은 시민사회정당, 시민정당, 운동정당이 가능하려면 이러한 것들을 대체하거나 그것과 비슷한 정도의 세력을 가지는 기반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더 위기에 처할 경우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수권정당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따라서 큰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 정권의 인기가 너무 없다보니 혼자로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제3정당은 좀 어려운 것 같다.

조국 = 결론부터 말하면 잘 안될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수구·보수·반공세력이 항상 30%가 있다. 반대쪽에 지역적으로 호남, 역사적으로 반독재 민주화 운동세력, 이념적으로 진보정치세력이 있다.
이들이 아닌 제3지대에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난 새로운 과제는 몇몇 명망가나 전문가가 아니라 ‘적극적 시민’의 힘을 기반으로 해서만 가능하다. 안 교수가 정치를 한다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진보개혁진영에 문제가 있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이 진영과 거리를 두는 입장으로는 집권도, 집권 이후 국정성공도 쉽지 않다. 1997년 체제의 문제는 1987년 체제를 만든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다.

-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기성 정당에 대한 도전을 표방했다. 안철수 현상에 열광하는 이들은 진보정당도 ‘대안정당’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동춘 =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과거(2004년) 10석을 얻으면서 자기 역량을 과대평가했다. 그 10석은 노동운동 혹은 진보세력의 힘이라기보다는 비례대표제, 즉 선거제도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노동·진보정치세력의 힘보다는 범시민사회 투쟁의 결과였는데, 자신의 힘의 결과라고 과대평가했다.
두 진보정당은 지역 기반이 없어 풀뿌리 실천운동으로 가야 했는데 그보다 원내에 진출한 몇몇 인물들에게 의존했다. 또 미래지향적 대안을 갖고 논쟁하기보다는 과거 이념, 대립, 노선에 여전히 발목 잡혀 있었다. 그게 안철수 현상을 강화시킨 원인 중의 하나다.

조국 = 진보정당은 ‘민주당도 보수정당이고, 우리야말로 대안정당’이라고 했는데, 이론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러한 진보정당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정당은 의식, 문화, 노선, 사고방식이 1980년대에 갇혀 있다. 대중은 ‘진보정당에 표를 주면 정권을 잡아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느냐’고 자문해보았지만 회의를 품었고, 대신 안철수를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다.

- 안철수 현상은 촛불집회·용산참사·희망버스로 이어진 민생의 위기, 소통의 위기를 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개인은 사회의 숙제를 풀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국 = 헌법 10조에 행복추구권이 있다. 이명박 정권은 대중에게 불행을 주는 ‘반행복 정권’이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불행을 주는 정권이다. 많은 사람이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에게 달려간다. 안철수와 김진숙은 정당 밖에 있는 사람으로 대중 지지를 받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
모두 안철수가 되고 싶어하지만, 김진숙처럼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모두 안철수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다수는 김진숙화될 가능성이 많다. 이 점에서 ‘김진숙을 뺀 안철수’는 매우 위험하다. 환상만 남는다. 김진숙은 촛불시민, 비정규직 노동자, 용산참사의 철거상인, 반값 등록금 투쟁에 나선 대학생 등 사회적 약자의 상징이다.
김진숙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착취를 끝내야 한다. 안철수가 1987년 체제를 만든 사람과 손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게 안 교수가 강조하는 합리, 공정, 상식과도 맞는다.

김동춘 = 안 교수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느꼈던 재벌체제, 중소기업의 어려움 등 경제 문제에서 해결책을 출발하는 게 맞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는 중소기업 문제이고, 곧 대기업의 시장독식 문제다. 중소기업이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이다. 안 교수 주장을 좀 확장하면 김진숙 문제와 만난다.
이 과정에서 담론이나 의제를 접합시켜야 한다. 양극화, 청년실업, 등록금, 복지 등의 사안이 이것을 중심으로 결합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원래 조직된 노동 의제가 되어야 하지만 노동운동의 취약성 때문에 이 담론을 담당할 주체가 없다.

- 결국 현실 속에서 갈등을 치유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김동춘 = 희망버스도 노동세력이 주도했다기보다는 시민사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재벌 문제나 중소기업 문제도 노동세력이 주도하면서 다른 세력을 끌었어야 모양새도 좋고 조직적인 세 확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세력이 이 담론을 끌어안을지 모르지만 현재 민주당, 범시민사회운동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야권연합이 이 의제를 치고 나가야 한다. 안철수 현상은 소비사회의 한 측면이다. ‘물건을 사는 것’,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몸을 싣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희망버스를 타려면 돈과 시간을 내야 한다. 국민경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내야 한다. 선거에서만 주권자가 되는 것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시민이 소비사회의 일원에서 참여하는 행동 주체로 변화되어야 정치 변화의 추동력을 만들 수 있다.

조국 = 안 교수는 중소기업가로서의 경험에 기초하여 재벌 문제를 정확히 비판했다. 재벌을 ‘중소기업이라는 동물을 가두어 죽이는 동물원’이라고 비유한 것은 정확하다. 바로 여기에 전통적 진보운동과의 접합점이 있다. 한편 안철수의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관객’으로 박수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세상이 바뀌려면 시민은 ‘관객’이 아니라 ‘배우’가 되어야 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사회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의 선거비용을 마련하는 ‘박원순 펀드’가 대박이 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나 정치인을 상품에 비유하면, 구매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상품이 바뀔 수 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