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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때나 이랬다.” “유신 때에도 이렇지는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저항하던 시민이 공권력의 개입 혹은 공격에 의해 숨진다. 1973년 최종길 교수가 숨졌고, 2016년 백남기 농민이 숨졌다.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최 교수 사인을 은폐하고, 박근혜 정권은 유감 표명은 없이 부검만 고집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빈소시민들이 서울대학교병원의 백남기 농민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비선(秘線)은 공식 계통보다 강했다. 1975년 고 최태민씨는 대한구국선교단을 발족해, 자신은 총재에 취임하고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추대했다.

최씨에 대한 당시 수사자료에 “행정부, 정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올해 국정조사에서는 최태민씨 딸 순실씨와 외손녀 정유라씨 이름만 도드라졌다. 재벌 팔을 비틀어 며칠 만에 수백억원을 모아 재단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최순실씨, 그와 친하다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의 이름이 곳곳에 등장했다.


최씨 딸 정씨는 재벌 2·3세, 공주·왕자들이 많이 한다는 마장마술을 배워 선수가 됐다. 자기 돈은 별로 들이지 않았다. ‘금수저를 넘어 국(國)수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관련 기사를 게재한 경향신문 홈페이지.



예전 박 대통령은 정부와 여당을 종 부리듯 했고, 지금 박 대통령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있느냐”는 지엄한 물음에 해당 공무원들이 옷을 벗을 정도니.


그때 청와대에 차지철 경호실장이 있었다면, 지금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다.


여당의 굴종은 더 노골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나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일언반구도 않고 청와대와 최순실씨 방어만 하던 여당이다. 한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회고록’에 여당은 위원회를 꾸리고 최고위원회의, 중진 연석회의, 의원총회 등을 열어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남(야당)이 공세하는 것은 “민생 외면”이고, 자신(여당)이 하는 것은 “진상 규명”이란다.


40여년 전과 달리 이 정권은 경제에는 무능하지만, 불신과 갈등 조장에는 더 유능하다. 김제동씨 영창 발언을 놓고 ‘국방부 장관은 개그맨’과 싸우고, 백남기 농민 부검 건을 놓고 ‘프레지던트(대통령)는 레지던트(수련의)’와 싸운다고들 한다. 검찰을 시켜 자신들 핵심 인물은 쏙 빼고 야당 주요 인사들만 선거법으로 징치하려고 한다. 그 낯두꺼움은 갑남을녀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고래(古來)로 무류(無謬·infallibilitas), 무치(無恥·impudentia)는 영웅의 특질이었다. 오류로 비치는 것도, 본디 그렇게 하도록 돼 있어서다. 그러니 무얼해도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북구 신화의 주신(主神)은 오딘이다. 

오딘북구 신화의 주신 오딘

그는 강력한 힘과 지혜를 가졌지만, 공명정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후의 신답게 변덕을 부리고, 거짓말과 배신도 밥 먹듯 했다. ‘불화를 일으키게 하는 자’라는 별칭도 있다.


지혜를 갈구하던 오딘은 거인 흘레바르드로부터 마법 지팡이 간반테인을 얻고는, 거인의 정기를 없앴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다. 그를 수호신으로 하는 이들은 배신에 의한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한 고조 유방(劉邦)도 오딘 못지않다. 중국 역사상 두번째로 천하를 통일한 그는 공신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유방은 일등 공신 한신을 초나라 왕으로 봉했다가 반란을 의심해 왕위를 박탈하고 회음후로 봉해 도성에 잡아두었다. 결국 한신은 모반한 진희를 도우려 했으나 들켜, 목이 달아났다.


유방은 팽월, 영포, 장도 등도 없앴다. 400년 제국 기틀에 누가 될 것 같으면 모조리 제거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뻔뻔함은 북구 신화 ‘에다’나 사마천 ‘사기(史記)’에 나올 법하다. 스스로를 전능한 신이나 수백년 왕조의 비조(鼻祖)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박근혜 정권은 교체된다는 사실이다. 주체가 여든, 야든. 대통령 선거날 2017년 12월20일까지 428일, 대통령 퇴임일 2018년 2월24일까지 494일 남았다.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검찰이 현 정권 실세와 비선을 지금처럼 보호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검찰이야말로 뻔뻔함의 대명사다.


2003년 비주류 중의 비주류여서 ‘만만한’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 뜨던 검사들의 기개는 이후 두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칼날의 방향이 달라졌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제기되는 의혹은 대검과 서울지검 어느 캐비닛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것이다. 빛을 볼 날을 기다리면서.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