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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달포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은 쪼개져 삿대질하며 악머구리처럼 싸운다. 여당에도 난리가 났다. 먹을 것이 많아서다. 달려드는 이가 많아지니 다툼이 커지는 건 정글의 법칙일 터.


이 야단 와중에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가 병아리도 아닌데 감별사가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하는 진실한 사람’인 진박(眞朴)인지, 진실한 체하는 가박(假朴)인지 가려준다는 것이다.


기중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갑이다. 경제부총리씩이나 했던 분이 몸을 낮춰 감별사를 자처했다. 주로 강세 지역을 주유하며 진박을 낙점한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_권호욱 선임기자


최 감별사가 진박 후보들을 치켜세우는 말들이 요즘 말로 아재(아저씨) 개그 뺨친다. 지난 3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대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정 후보가 붓글씨에 일가견이 있다. 우리 또래 중에 붓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없는데, 진실한 사람”이라고 감별해줬다.


2일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대구 사무소 개소식에도 거둥하듯 등장해 “윤 후보가 참 감각이 탁월하다. (개소식 날짜를)오늘 박 대통령 (64세)생신날로 뽑았죠. 그 정도는 돼야 국회의원을 한다니까”라고 말했다. 


1일 이헌승 의원의 부산 사무소에서는 “2007년 박근혜 대표 경선 때 내가 종합상황실장을 했고 이헌승 의원이 수행단 부단장을 했는데 뚝심 있는 사람이다. 진실한 사람과 함께해야 진실한 사람 아닌가”라고 했다. 자신이 진박이니, 자신과 함께했던 이 의원도 진박이라는 깔끔한 논리다.


2009년 용산참사 때 강경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경주 선량이 되겠단다. 12일 최 감별사는 그를 향해 “출중한 국가관을 갖고 있고, 한국공항공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능력을 가진 훌륭한 후보”라고 했다. 공항공사 산하 국내 공항에서 사건, 사고가 잇달았다는 소식은 못 들은 듯하다.


그래서, 그의 감별법은 덜 진실해 보인다. 그것보다 훨씬 나은 기준이 있다. 진박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의지를 얼마나 실현해 내는가를 보면 된다.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증폭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카드를 들고나왔다. 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격추하는 시스템이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야권도 “동북아에 신냉전을 불러올 것”이라고 타박한다.



이럴 때 진박들이 떨쳐 일어나야 한다. 대구든, 경기 평택이든 “사드를 내 지역구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면 된다. 아마 그분께서는 ‘국회에서 피를 토하듯 열변하는 것’보다 이를 더 좋아할 것이다.


지역구민들이 좋아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니 후보자의 ‘진박 의지’가 중요하다.

지역구 사무소나 자택에서 101m쯤 떨어진 곳에 사드 레이더를 설치하겠다는 공약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사드 레이더 관련 보고서는 ‘100m 이내에서 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입힐 수 있다’고 돼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사드 레이더는 최소고각이 고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100m 이내만 조심해야 할 구간”이라고 했다. 


그러니 레이더 100m 바깥에서 숙식을 하는 정도의 기개를 보여야 한 조각 붉은 마음을 떨쳐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핵 무장을 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좋다. 그게 진박으로서 진심이라면 아예 “내 지역구에 핵 재처리 시설, 핵 미사일 시설, 미국 전략핵 시설을 세우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하면 된다. 핵 ‘3종 세트’도 좋고, 사드와 핵의 ‘1 + 1 콤보 세트’ 공약도 믿음직할 것이다.


그것 말고도 꽤 많다. 지역구에 개성공단 대체 시설 건설 및 한달 평균 임금 18만600원의 노동력 제공, 북 최고위층 암살 특수부대 시설 건립, 복무 중인 진박 자제들의 이동형 대북 확성기 지원 근무 등도 눈길을 끌 만한 공약이다.


참, 박 대통령이 그토록 원해 마지않던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됐다. 이참에 국가정보원으로 하여금 진박들의 통신 감청과 계좌 조회 허용을 공개 천명하면 어떨까. ‘몽매한’ 유권자들이 국정원의 권력 오·남용을 우려하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고 있다. _ 이준헌 기자


마침 국정원은 “북한이 반북 활동가, 탈북자, 정부 인사 등에게 독극물 공격을 하거나 중국 유인 후 납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비판적인 정부·정치권 인사나 언론인에게 신변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자신의 정보쯤이야 국정원에 건네주고 감시해달라고 요청하면 일거양득 아닌가.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