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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게 참 요상하다. 볼수록, 들을수록.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게 2009년이니 3년 전이다. 그 때 장례식장에서 통합민주당 당시 백원우 의원은 "이 살인자"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하다 경호원에게 끌려 갔었다. 그리고 그는 장례방해죄로 약식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2심에서 무죄였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법적 판단을 따지자는 건 아니고, 백원우 의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보스이고 둘째 형 같은 존재였다.(첫째 형은 고 제정구 의원) 자신의 보스가 검찰 수사의 모멸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숨지자, 그 총 책임자(청와대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부인했지만)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살인자'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로 보낸 사람들은 그 살인자의 협조자, 적어도 방조자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런 정서적 충격이 3년 뒤 일을 만든다. 2012년 11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측의 잠정 중단 선언의 한 빌미가 된 것이다.


직접 보지 못했고 삭제했으니 확인할 길 없지만, 민주통합당 백원우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 측 협상 실무팀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전력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이태규 실장은 올 4·11 총선 당시 자신을 소개하는 포스터에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정권을 꿈꾸었던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2007년 12월 한나라당 정권 창출의 중심에 선 이태규'라고 썼다.

이 실장은 이명박 후보 당 선대위에서 전략기획팀장을 지낸 핵심 인물이다.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 보좌관 출신이었고 경선 과정에서 합류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때 함께 들어갔다가 핵심인사들과 마찰을 빚다가 나왔다. 19대 총선 때에는 당내 예선에서 떨어져,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 실장의 포스터가 트위터에서 계속 리트윗됐고, 문재인 캠프 정무2특보인 백원우 전 의원도 포스터를 리트윗하며 “모욕감을 느낀다”는 의견을 달았다.

 

 


안철수 후보 측은 이를 문제삼았다. 협상 대상자를 인신공격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백 전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삭제했고, 문 후보 정무특보 직에서도 물러났다. 


여기서 또 정치의 묘한 면모가 드러난다. 안 후보측에서 이 같은 유감 표명을 하면서 협상 중단을 발표한 이가 바로 유민영 대변인이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계로 분류돼던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에 백원우 전 의원과 함께 들어갔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한 것은 아니지만, 386에 학생운동을 한 젊은 멤버들이어서 같은 자장권 안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백 전 의원은 비서관을 지내다 17대 총선에 나와 배지를 달았다. 반면 유민영 대변인은 청와대에 남아, 참여정부 마지막 청와대 춘추관장(기자 등 대언론 담당으로 각 부처 1급 상당)까지 한다.


유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퇴임 때 청와대를 나와 컨설팅 및 홍보 회사를 꾸려 일을 하다가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니 유 대변인이 이태규 실장에 대한 백원우 전 의원의 심경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유 대변인은 '유감 표명'을 전하게 된다.


유 대변인이 의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하는 건 아니다. 유 대변인은 현재 자신의 직분에 맞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그리고 앞으로 서로 마주쳤을 때 매우 어색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정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라는 게 참 '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분이 이 글을 보고 쪽지를 보내왔습니다. ‘춘추관장은 비서관급으로, 차관급인 수석과 다릅니다. 홍보수석 산하에 춘추관장이 있고, 비서관은 정무직 공무원 가급으로 각 부처 1급과 같습니다'고 합니다. 글을 그냥 고치기보다는 그렇게 알려온 사실도 여기 함께 적어, 제 스스로 경계 대상으로 삼고자 합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