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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문득 떠오르는 보석 같은 한 구절이 있는가.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그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1970~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문학을 접하던 청춘들이 너나없이 외우던 문장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1914년 저작 <소설의 이론>의 그 유명한 서문 첫 구절. 이 문장은 수많은 이들을 문학의,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이건 어떤가.

“좋은 시는 강렬한 감정들의 자연스러운 넘침이다.”

시뿐만 아니라 예술, 문학을 정의하는 문장이다. 더 넣거나 뺄 단 하나의 단어도 없다. 글의 벽에 부딪힌 이에게 차디찬 정화수 같은 지침이다. 영국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1798년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와 함께 쓴 <서정 민요집> 서문에 나온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이야 명문의 향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2막 1장에서 줄리엣은 로미오가 듣는 줄 모르고 독백한다.




“이름 속엔 무엇이 있나요? 우리가 장미를 그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여전히 향기가 나는걸.”

원수 가문의 이름을 가진 이를 사랑하는 처자의 탄식이다. 또 이름과 실재 문제까지 갈파하고 있다.

전문 작가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아포리즘을 길어낸 이들도 있다. 윈스턴 처칠은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 의회를 방문해 “제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이라고 연설했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3년 게티스버그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두 두고두고 인용되는 경구다.

2005년 미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단에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섰다. 그는 1960~1970년대 탐독한 잡지 ‘더 호울 어스 카탈로그’ 마지막 호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뒷면에 아침 시골길 사진을 실었습니다. … 사진 밑에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Stay Hungry. Stay Foolish.) 마지막 인사말이었죠. 이는 제가 늘 바라는 바입니다. 여러분이 졸업을 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되니 이렇게 빌겠습니다.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시.”

배불러 하고, 잘났다고 안주하지 말라는 금언이다.

교보생명빌딩 봄편 (출처 :경향DB)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달라진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의원 시절 절제되고 품격있는 말을 하던 그다. 요즘 ‘규제’ 문제를 놓고 전에 없이 강한 어조를 쓰고 있다.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거나, “사생결단하고 (이 문제에) 붙어야 한다”고 했다. 듣는 이에게 즉각 느끼고 아프게 하려고 그런 것 같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큰 회사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위기’를 무섭게 강조한다. 황창규 KT 신임 회장은 최근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KT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회사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소기의 성과와 수익성을 구현할 때까지 기본급의 30%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올초 신년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구본무 LG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온통 위기이며 무시무시한 일만 있나. 미래와 희망은 도대체 없는가. 두고두고 가슴에 품어뒀다가 꺼내 볼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의 자연스러운 넘침’과 ‘행복으로 이끌 별빛과 지도’ 같은 긍정의 표현을 해줄 이는 없을까.


최우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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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