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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베이스 연주자를 아느냐, 아니냐로 나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체로 어떤 밴드의 음악을 보컬이나 기타 등 주도적 음 위주로 즐기느냐, 아니면 베이스를 포함한 전체적 맥락 속에서 즐기느냐 차이입니다. 물론 재즈의 찰스 밍거스나 자코 파스토리우스, 레이 브라운, 록의 빌리 시언이나 게디 리, 그렉 레이크 같은 사실상 프론트 맨 격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도 있습니다.

 

  또 그 밴드를 얼마나 아느냐는 베이스 주자의 이름이나 경력을 얼마나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룹 '퀸'을 좋아해도, 딥 퍼플을 좋아해도 베이스 주자가 누군인지 물어보면 막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고로 답은 퀸의 존 디콘, 딥퍼플의 로저 글로버와 글렌 휴즈입니다.)

 

 한번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를 떠올리고, 베이스 기타 주자를 얼마나 아는 지 셀프(요즘 인기 있는 단어죠) 점검 한번 해보세요.


 록이건, 재즈나 블루스건, 폴 모리아 같은 소위 ‘경음악단’이든 베이스 연주가 필수입니다. 특히 합주가 아니라 연주자 개인 역량에 기대는 밴드일수록 베이스 음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됩니다. 퓨전 재즈나 헤비메탈 같은 장르에서 그 특질이 더 드러납니다. 그래야 중구난방이 아니라 통일성, 적어도 흐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굿인터내셔널이 11일 내놓은 2장의 음반은 이 중저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콘트라베이스 주자 르네 가르시아-퐁스와 베이스 클라리넷을 도입한 울리히 드렉슐러 음반입니다.


 음반 <라 리네아 델 수르(남쪽 선)>을 낸 르네 가르시아-퐁스는 흔히 콘트라베이스 계의 파가니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박자에 맞춰 기본 음을 따라 가기도 힘든 콘트라 베이스를 갖고 어쿠스틱 기타 솔로처럼 가뿐하게 연주하기 때문입니다.

 

르네 가르시아-퐁스의 <라 리네아 델 수르> 음반 굿인터내셔널 제공

 

 월드뮤직, 유러피안 재즈 연주자 가르시아-퐁스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로니아 혈통의 프랑스 인입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냄새보다는 이베리아 반도 쪽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태어나 5살에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베이스 주자 프랑소와 라바스에게 사사한 그는 10대 때 로저 게린 빅밴드 멤버로, 케니 클라크, 샘 우드야드 등 재즈 드러머와 협연했습니다. 1987~1993년 콘트라베이스 오케스트라, 국립 재즈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하면서 유럽 투어를 다녔습니다. 재즈 전통적 이디엄에 머물지 않고 인도, 그리스, 아프리카, 플라멩코, 탱고, 집시 음악 등과 클래시컬을 접합했습니다. 음악이 트랙별로 정말 다양합니다.

 

르네 가르시아-퐁스 굿인터내셔널 제공


 이번 음반은 2010년 독일 음성학회가 선정하는 에코 재즈 상에서 ‘올해의 베이시스트 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르시아-퐁스는 전통적인 손가락 튀기기 주법에만 머물지 않고 피치카토, 활로 켜기, 현 두드리기 등 다양한 주법을 구사합니다. 특히 그의 콘트라베이스에는 고음역의 다섯 번째 현을 추가해 첼로, 기타, 비올라 음역까지 확장해놓았습니다.


 그는 중세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에게서 영감을 받아 곡과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다비드 베니투치가 아코디언, 키코 루이즈가 플라멩코 기타, 파스칼 호란두가 타악기를 연주했습니다. 구슬픈 파두와 플라멩코 풍의 노래는 여성 가수 에스페란자 페르난데즈가 불렀습니다.


 햇살 가득한 지중해 쪽 음악입니다. 가르시아-퐁스의 주법은 탁월하다. 5번 트랙 ‘카뱌에라 데 미 아모르’나 6번 ‘나다’ 등에서는 전통적 재즈 베이스 연주가 돋보입니다. 반면 4번 ‘가레 생 샤를르’나 10번 트랙 ‘베헤’에서는 플라멩코 기타와 베이스 연주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빠른, 주도적 연주를 선보입니다.


 전문지 ‘재즈 리뷰’는 “이 베이스 주자의 유연한 즉흥 연주는 창의적이고, 입이 쩍 벌어진다. 타이틀 트랙에서 들려주고 있는 16분음의 포화는 흔히 베이스의 한계라고 여겨지는 점들을 무참히 농락한다. 최고의 기량에 닿아 있으면서, 도전적인 기백이 넘치는 음악”이라며 별 다섯개 평점을 줬습니다. 최고의 찬사입니다.


 울리히 드렉슐러가 이끄는 ‘첼로 사중주’ 밴드의 음반 <콘시터니(조화)>는 강렬한 음색의 베이스 클라리넷이 주도합니다. 스윙, 빅 밴드 재즈 시대인 1940년대 베니 굿맨 이후로도 앤소니 브랙스턴이나 돈 바이런 등 연주자들이 있었지만, 목관악기는 금관악기에 밀려 있는 양상입니다. 아무래도 금관악기가 음색이 강하고 소리가 크기 때문에 같은 연주에서도 주목받기 쉽지요.

 

울리히 드렉슐러 첼로 쿼텟의 <콘시너티> 음반 굿인터내셔널 제공

  울리히 드렉슐러는 특이하게도 보통 클라리넷이 아니고 낮은 음의 베이스 클라리넷을 연주합니다.

 밴드 구성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울리히가 베이스 클라리넷, 리나 카시나리, 크리스토프 운터베르게 등 2명이 첼로를, 호르헤 마칼루가 드럼 등 타악을 연주합니다. 곡들이 대체로 중음대에서 이 때문에 울려 퍼집니다.


 울리히는 아홉 살부터 클라리넷을 불기 시작했으며 열 여섯 살의 나이에 테너 색소폰을 독학하며 재즈에 빠졌습니다. 1998년 오스트리아 그라즈 예술대학을 나온 뒤 1999년부터 프리랜서 작곡가 겸 연주자로 활동하며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두명의 첼리스트, 드러머와는 그라츠 예술대에서 만났습니다.

 
 이들은 전통 재즈 문법에 기반을 두고 스칸디나비안과 클래식 장식을 달고 있습니다. 전형적 쿨 재즈 양식을 선보이는 ‘이터널’, ‘시 유어 이어스, 히어 위드 유어 아이스’, ‘리빙 나우’, 아름다운 발라드 ‘아워 소스’, 흥겨운 스윙 ‘댄스 이프 유 라이크 투’과 ‘도운트 트라이 투 언더스탠드 에브리싱’ 등이 들어있습니다. 울리히의 클라리넷 솔로곡 ‘어 러브 어페어’으로 끝납니다.


 ‘재즈레코즈 닷 컴’은 “유럽 재즈 신에서 가장 야심 넘치고 예측이 어려운 음악가. 그만의 음악이 가진 순수한 에너지가 있다”고 평했고, ‘재즈 피플’은 “조화와 우아함 그 자체”라고 했습니다.


 두 음반 모두 2010년 발매됐지만, 이들의 또다른 장점으로는 탁월한 녹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 테스트의 레퍼런스 CD로 사용해도 될 만큼 좌우 분리도와 해상도, 음장감 등이 뛰어나다고 굿 인터내셔널은 밝히고 있습니다. 음반을 좋은 오디오로 들어보지 못해서 확인은 못했습니다만, 저가 이어폰에서도 소리는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