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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음악 좋아하시는 분들, 꼭 해본 게 있을 것입니다. 바로 상상 속의 ‘슈퍼 밴드’ 만들기입니다. 이를테면 기타에는 제프 벡, 키보드에는 스티브 윈우드, 보컬에 로니 제임스 디오, 베이스에는 존 폴 존스, 드럼에는 카마인 어피스 등등. 아니면 기타 조 새트리아니, 베이스 기타 빌리 쉬언, 드럼 마이크 포트노이는 어떨까요. 축구, 농구, 야구, 배구 등 스포츠에서도 ‘슈퍼 팀’ 만들기는 누구나해봤을 것이고요.

 

마일즈 데이비스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만일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를 치고, 마일즈 데이비스가 트럼펫을 불며, 폴 매카트니가 베이스 기타를 친다면….

 

 지미 헨드릭스는 1960년대 말 불과 4년의 활동으로 블루스 록과 하드록의 전설이 됐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재즈에서 한 장르에 머물지 않고 밥과 쿨, 재즈-록(퓨전 재즈) 등 다양한 부문의 선구자 역할을 했구요. 영국 밴드 ‘비틀스’의 베이스 기타 주자 폴 매카트니는 존 레논과 함께 ‘팝’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 이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어줍짢게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지미 헨드릭스 유작 음반 <피플, 헬 & 앤젤스>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이 같은 전설중의 전설들이 함께 음반을 내놓을 뻔 했다고 합니다.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과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10일(현지시각) “지미 헨드릭스가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슈퍼 그룹을 만들면서 폴 매카트니에게 참여를 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헨드릭스가 1970년 숨지기 1년 전 헨드릭스는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레코드를 녹음하려고 했습니다. 헨드릭스와 데이비스는 재즈 드러머인 토니 윌리엄스와 함께 1969년 10월21일 폴 매카트니가 속한 비틀스의 음반사인 ‘애플 레코드’에 전보를 보냈습니다.

 

 “이번 주에 뉴욕에서 함께 녹음을 하려고 함. 이리로 와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게 어떤지. 앨런 더글라스에게 전화해시길. 212-581-2212. 지미 헨드릭스 마일즈 데이비스 토니 윌리엄스.”

 

 

 

 매카트니가 이같은 요청을 알고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전보는 음반 프로듀서인 앨런 더글라스과 접촉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건너오라는 요청을 이렇게 전보 같은 것으로 한 것으로 보면 이런 제의는 즉흥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날 비틀스 보좌역이던 피터 브라운은 매카트니가 휴가중이고, 두주 이내로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응답했습니다.

 

폴 매카트니 공식 페이스북 캡쳐

 헌데, 당시 매카트니에게 별로 좋지 않은 때였던 것 같습니다. 같은 날 뉴욕의 ‘WABC’ 방송의 DJ 로비 욘지는 폴 매카트니가 죽고, 가짜가 대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비틀스 내부 알력도 심했다고 합니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1990년 자서전에서 이따금 뉴욕의 아파트에서 헨드릭스와 합주를 했었지만 재정적 문제, 바쁜 스케줄 때문에 스튜디오 연주는 못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헨드릭스 전기 작가인 찰스 머레이 등은 데이비스가 그 녹음에 5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데이비스는 자신의 책에서 그와 편곡자인 길 에반스는 헨드릭스가 런던에서 숨졌을 때 녹음을 하려고 유럽에 있었다고 썼고요.

 

 전문 공연장인 ‘하드 록 카페’의 메모 수집품중 하나인 이 전보는 1995년 경매에서 산 것이다. 최근 지미 헨드릭스의 미발표 곡을 모은 <피플, 헬 앤드 앤젤스> 음반 발매로 함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드 록 역사연구가인 제프 놀런은 “이 전보에 대해 일부 헨드릭스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지만 일반 팬들은 많이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만일 그 밴드가 만들어졌으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보는 현재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하드록 카페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당시 보내진 전보

 

 음악을 좋아하는 후배에게 "만일 헨드릭스, 데이비스, 매카트니가 밴드 만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그 후배는 "잘 안될 것 같다. 한 명이 리드해야지, 잘 안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 그럴 법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위 슈퍼밴드라고 불리던 모임이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확고한 리더, 혹은 집단 지도체제가 확고하게 서지 않은, 너무 잘난 사람들이 모인 밴드는 대체로 단명하고 말았습니다. 크림, 블라인드 페이스, U.K., 하니 드리퍼스 등이 그렇죠. 그래도 '헨드릭스, 데이비스, 매카트니 & 윌리엄스' 음반은 (있다면) 무엇보다 정말 탐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