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면당하고 사흘간 청와대에 머물러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밤 청와대에서 퇴거하면서 육성은 아니지만, 확실한 입장 표명을 했다. 우선 청와대를 떠나기 앞서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며 외부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과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유감이라거나 받아들인다고 밝히지 않았다. 낮은 단계의 불복 선언이다.

 두번째 서울 삼성동 집 골목에 들어서는 그는 차 안에서 만면에 웃음을 띄고 손을 유리창에 붙이고 지지자들 환호에 응했다. 그리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담장 바깥에 내려서 자유한국당의 강성 친박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마찬가지로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인지 장애인인지 구분은 가지 않지만 누군가에 몸을 굽혀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선거 운동 때 모습을 재연한 것으로, 외양상으로는 대통령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금의환향하는 듯했다. ‘난 변하지 않았다’는 무언의 선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에 도착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측근,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집에 도착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측근,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세번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집으로 불러 들여 메시지를 불러 줬다. 민 의원인 다음과 같이 박 전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이런 걸 어려운 말로 대독(代讀)이라고 한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뜯어보면 앞부분이야 정치인들이 늘 하는 '입에 발린' 말이다. 뒷부분에 주장의 고갱이가 들어 있다. 헌재의 파면은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규정했다.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은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뜻과 같다. “진실이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남의 일 말하듯 한 것은, ‘나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 하겠지만 너희들도 달려들어 반드시 뒤집으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왕위를 찬탈당한 전직 여왕이 신료들과 일부 백성들에게 지시를 내리듯.

 좋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형사사건 피의자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설 사람이다. 모든 피의자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갖는다는 게 이 나라 헌법 규정이다. 하지만 정치인, 그리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측면을 조망해 볼 때, 그는 지극히 속이 좁거나, 좀더 극적으로 말하면 ‘정상이 아닌’ 인식 체계를 가진 것 같다. 특히 이로써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에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고 한 분석과 언명은 너무나 적확한 것이라고 다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사촌 형부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박 대통령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쁜 점만 물려 받아, 5000만 명이 물러나라 해도 절대 안 물러날 것"이라고 한바 있다. 그것도 들어 맞은 셈이다.(탄핵 민심이 80%이니, 4000만명만 물러나라고 해서 그런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거짓에 의해 쫓겨난 군주' 코스프레를 했으나, 그렇게 해서 일을 잘 풀어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1995년 12월2일 쿠데타와 학살로 대통령이 됐던 전두환씨는 구속될 판이었다. 이날 검찰은 12·12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 항쟁과 관련해 전두환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전씨는 서울 연희동 집 앞에서 측근,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설명을 발표했다. 그는 “종결된 사안의 수사는 진상 규명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검찰의 12.12, 5.18사건 조사에 반발해 골목 성명을 발표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경향신문 자료사진검찰의 12.12, 5.18사건 조사에 반발해 골목 성명을 발표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러자 검찰은 법원에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군 형법상 반란수괴, 불법 진퇴, 지휘관 계엄수소 이탈, 상관살해와 미수, 초병 살해 등 6가지 사유가 들어 있었다. 검찰은 합천까지 가서 전씨를 구속한 뒤 안양교도소에 구금했다. 그리고 전씨는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고, 나중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나중에 사면되기는 했지만.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