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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평론가들은 직업 자체가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술이라는 게 0부터 100처럼 절대적 척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평론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같은 평론가라도 상태에 따라 같은 작품에 다른 평론을 내놓을 수도 있겠죠.

 

 실제 최근 김수현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둘러싸고도 그런 일이 벌어졌죠. 나름 이름 있는 평론가들은 대체로 이 작품을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김수현 팬심에 힘입어 승승장구해 관객 600만명을 넘겼습니다. 특히 이 작품 팬들은 평론가들에게 "입만 살아서, 너희들이 직접 만들어보라"는 아주 고전적인 역공을 가했죠. 예전 심형래 감독의 <D워>를 놓고 진중권씨와 다른 평론가, 팬들 간에도 살벌하리만큼 비난전이 이어졌죠. 바로 그 평론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영국 가수 톰 오델의 음반 <롱 웨이 다운>이 나왔을 때 영국의 유명 음악 주간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는 혹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0점을 줬습니다. NME는 24일(현지시각) 이 음반에 대해 ‘오델의 괴상한 발음, 3음절은 벤 하워드, 5음절은 아델, 4음절은 키언, 8음절은 플로렌스, 500음절은 마커스 멈포드’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Tom Odell의 정규 음반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또 ‘이 22살짜리 치체스터 출신(오델)은 불쌍하고 잘못 길이 들었는데, 유명인이 되기를 동경하다가 잘못해서 헝가리 출신 창녀를 밀매하는 업자 같은 음악 기획사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 ‘오델은 아마도 매우 전염성 강한 음악적 매독 같이 2013년도에도 잘 나갈 것’이라고까지 썼습니다. ‘인기는 끌겠지만 성병 같은 음악’이라는 엄청난 악평입니다.

 

 비행기 파일럿인 오델 아버지는 분을 참지 못하고 이 잡지에 전화로 항의했습니다. 물론 NME는 그 평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홈페이지에 0/10점 평점과 함께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Tom Odell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하지만 음반이 시장에 풀리면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26일 영국 ‘오피셜 차트 컴퍼니’ 집계에서 이 <롱 웨이 다운>이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그것도 지난주 나온 카니에 웨스트의 초강력 신보 <이저스(Yeezus)’를 밀어낸 것입니다. 오피셜 차트 컴퍼니사는 “주의 중간이지만 <롱 웨이 다운>은 2~5위까지 음반 모두 합친 것만큼 팔렸다”고 밝혔습니다.


 오델을 발굴한 릴리 알렌은 NME의 악평이 나온 뒤 자신의 트위터 팔로어 400만명에게 “오델 음반을 사서 그에게 용기를 줘달라”고 썼습니다. 결국 오델이 NME에게 멋지게 한방 먹인 것입니다.


 톰 피터 오델은 어려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열세살 무렵 곡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요크 대학에 입학하려던 그는 학문을 포기하고 리버풀의 한 음악단과대학에 응시했습니다. 그는 거기서도 배울 것을 찾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일찌감치 공연 무대에 선 그를 눈여겨 본 이가 바로 콜럼비아 레코드사 계열사인 릴리 알렌의 음반사 ‘인 더 네임 오브’ A&R 관계자입니다. A&R은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tist & Repertoire)’ 약자로 음악가와 곡을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이 관계자는 릴리 알렌을 공연장으로 직접 데려와 오델을 보여줬습니다. 알랜은 “나는 원래 싱어 송 라이터 유형의 뮤지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는 달랐다. 데이비드 보위를 상기시킬만큼 힘이 넘쳤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싱글 곡 ‘언아더 러브’가 나왔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피아노를 내세우는 ‘피아노 팝’이면서 우수에 찬 목소리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는 영국 특유의 사투리가 섞인 발음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금발의 이 미청년은 결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미디엄 템포 곡들로 시종일관 생을 노래합니다. 요절한 미국 가수 제프 버클리를 연상시키는 곡들도 있습니다. 국내 음악 평론가들도 ‘아델의 남성 버전’(배순탁 <배철수의 음악 캠프> 작가), ‘새로운 피아노맨의 등장’(밴드 ‘불싸조’의 한상철) 등 칭찬했습니다.


 슬픈 가스펠 같은 ‘아이 싱크 이츠 고잉 투 레인 투데이’, 벤 폴츠 파이브를 연상시키는 ‘아이 노우’, 경쾌한 피아노 록 ‘홀드 미’, 매력적 목소리를 들려주는 ‘언아더 러브’ 등을 담고 있습니다.
 


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