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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가톨릭에서 사죄의 기도를 드릴 때 하는 말이다. 라틴어인 이 말은 “내 탓(잘못)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다”라는 기도문이다.

절대자 앞에서야 고백, 사죄하는 게 어렵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게 사람 앞이라면, 더욱이 적대적인 사람들에게라면 하기 어려운 게 사죄, 사과리라. 장삼이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지도급 위치라면 더욱 그렇다. 창피해서, 뭘 잘못했는지 몰라서, 아니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한미FTA 발효 중단 서한을 전달하려는 야당지도부를 경찰이 막고 있다. l 출처: 경향DB


 
보수 쪽에서 국부(國父)로 떠받드는 초대 대통령 우남(雩南) 이승만이 딱 그렇다. 우남이 사과할 일은 산더미다. 이 전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지시해 4·3 학살 상황을 만들었다. 6·25 때 한강철교를 폭파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켰다. 3·15 부정선거에다, 4·19 때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발포해 사망한 이만 186명이다. 우남이 공식 사과했다는 이야기는 과문해서인지 들은 바 없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18대 총선 때 투표 장면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카메라 기자들이 내 사진은 꼭 비뚤어지게, 인상 나쁘게 (찍는다). 젊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감정이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회고록에서 5·18과 관련, “유언비어가 진범이다.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 유언비어를 들은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하게 된 것”이라고 썼다. 5·17 계엄 확대는 “서울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 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크게 사과한 적이 있다. 촛불집회가 절정이던 2008년 6월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5월 국무회의에서는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2년 전 사죄는 빈말이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최근 행보는 문득 이들과 겹쳐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그는 한·미 FTA가 잘못된 협상이니만큼 독소조항 재협상을 추진하고, 안되면 협정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특위 여당의원들과 가진 간담회 ㅣ 출처: 경향DB


하지만 한 대표 자신이 보수진영의 공격 빌미가 되고 있다. 총리 시절 했던 발언 때문이다. 2007년 1월30일 “한·미 FTA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하는 적극적 찬성 입장 발언을 많이 했다.

이제는 한·미 FTA가 잘못됐다고 한다. 국제금융질서가 바뀌었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추진 초기부터 국제금융질서 문란과 신자유주의적 질서 공고화가 비판의 주된 주제였다.

잘못을 알았으면 깨끗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거나,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마침 당시 통일부 장관과 여당 당의장을 했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미래를 꿰뚫어보지 못한 저의 안목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반성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장관을 지낸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도 지난해 7월 “정책의 오류를 말하기 전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시민, 유권자에게 사죄·사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지 않나. 지지자들은 한 대표가 스스로 나서, 아니면 당을 대표해 “메아 쿨파”를 되뇌이며 한·미 FTA 추진을 반성하고 사과하기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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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