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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밴드는 제가 10년만에 대중문화부로 복귀해 꼭 인터뷰해보고 싶었던 팀입니다. 바로 ‘로다운(Lowdown)30’이라는 블루스 록 밴드입니다.

 

 우연히 한 포털 사이트에서 이 밴드의 ‘아이 서 더 데블 라스트 나이트’를 들었습니다. ‘좀 한국식 영어 발음에 묵직한 기타톤, 묵직한 베이스, 묵직한(레드 제플린 존 보냄을 연상케하는) 드럼’ 등 온통 묵직했습니다. 굳이 '한국식' 영어 발음이라고 쓴 이유는, 그만큼 곡 진행은 '한국적'이지 않아서입니다.

 

블루스 록 밴드 ‘로다운 30’의 김락건, 김태현, 윤병주(왼쪽부터)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하지만 당시 이 밴드는 미국에 순회공연을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미국 순회공연이라….

 한 30년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 나이트 클럽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밴드들을 소개할 때 쓰는 진부하지만 꽤 쏠쏠한 어구가 있습니다. “방금 동남아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돌아온…”이라는 것입니다. 대체로 과장이었습니다. 해외공연은커녕 여권도 없는 팀도 허다했으니까요.

 

 이 3인조 블루스 록 밴드 ‘로다운 30’은 3월5일 출국해 4월9일 돌아왔습니다. 한국음악을 아이튠즈에 수출하는 ‘DFSB 콜렉티브’가 해마다 국내 유망 밴드 3팀씩 선정해 북미 순회공연을 하는 ‘서울소닉 노스아메리칸 투어’에 참여했었습니다.

'로다운 30'의 미국 로스 앤젤레스 딤 막 스튜디오 연주 모습 페이스북 사진

 

 

 로다운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브레인’ 등과 미국 샌 프란시스코, 텍사스 오스틴, 보스턴, 뉴욕, 샌디에고, 로스 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를 돌았습니다.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블루스 록의 본토 미국에 자신들의 음악 맛을 보였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비쳤습니다. 저 희안한 이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옛 남자(舊男)과 여자가 스텔라(옛날 현대가 내놓았던 승용차)를 탄다(riding)이라는 뜻입니다. 참, 로다운은 영어로 ‘비천한, 실상, 정보’라는 뜻도 있고, ‘블루스가 저음으로 느린 템포의, 혼을 흔드는 듯한’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참 잘 지은 이름 같습니다.

 

 이들은 100명 규모의 작은 클럽에서부터 미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콘퍼런스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캐나다 페스티벌인 ‘캐나디안 뮤직위크(CMW)’에도 섰습니다.

 

'로다운 30'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브로드웨이 스튜디오 라이브 페이스북

 

 보컬과 기타를 맡은 윤병주는 “미국 공연은 처음인데 한국 홍대 앞 클럽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야외 공연에서 사운드는 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소리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다만 미국 팬들은 우리 노래를 처음듣는데도 낯설어하지 않고, 즐겁게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드럼을 맡은 김태현은 “가서 연주해보니, ‘아 여기가 미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외국인이 많아서가 아니다. 외국인은 홍대 앞 클럽에도 많고 이태원에도 많은데, 거기는 분위기가 좋았다. 소리도 좋고”라고 평가했습니다.

 베이스를 치는 김락건도 “소리는 정말 좋았습니다. 예전에 1990년대 홍대 앞 클럽에서 연주하면 베이스 소리는 묻혀서 들리지도 않았다”며 “요즘 한국도 많이 좋아졌다”고 거들었습니다.

 

 이들이 공통점으로 꼽은 ‘미국이 부러운 점’은 음악적 저변과 문화입니다. 윤병주는 “팬 층이 굉장히 넓고 선입견도 없고, 즐기려는 태도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 음악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더군요. 윤병주는 “돌아보고 든 생각은 한국에서 잘하는 사람들은 거기서도 잘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10%안에 드는 밴드는 거기서도 10%안에 드는 것이다. 취향을 떠나서 잘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짝 한국 현실을 우려했습니다. 윤병주는 “사우스바이사우스이스트에 가보니까 한 60대 컨트리 뮤지션이 있었다.이미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이었는데도, 여전히 작은 클럽에 나와서 자기 노래를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지난해 낸 곡, 이건 몇년 전 곡”하면서. 윤병주는 저와 인터뷰에서 그 컨트리 가수가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로다운의 다른 인터뷰를 찾아보니 그는 레이 윌리 허바드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되면 안 나타나거나, 예전 것에 기대고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1970, 80년대 멋진 밴드들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고, 형님급 연주자들은 전직했거나, 대학, 학원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점 등 말입니다.

 

블루스 록 밴드 ‘로다운 사진 김문석 기자kmseok@kyunghyang.com

 

 로다운은 서울 홍대 앞에 형성돼 있는 ‘인디’ 무대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입니다. 2008년 발표했던 정규앨범 1집 <자이라(Jaira)>, 지난해 2집 <1>을 냈습니다. 또 미니 편집 음반 <서울 서울 서울>, <아스팔트> <언아더 사이드 오브 자이라> 등도 냈구요.

로다운 30의 첫 음반  로다운 30의 두번째 음반 <1>

 

 

 

 

 하지만 이들이 경력 6년차의 고만고만한 밴드가 아닙니다. 윤병주는 1990년대 가장 주목받은 밴드 ‘노이즈가든’에서 기타를 치며 주목받았습니다. 그 때 기타 키드 가운데서도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가 노이즈 가든 탈퇴 이후 2000년 결성한 밴드가 바로 로다운입니다. 베이스를 맡은 김락건은 1990년대 하드록 밴드 ‘존 도우’ 출신이고, 드럼을 맡은 김태현은 세션활동을 하는 등 실력파들입니다.

 

 이들 음악은 한 수식어로 형용이 안됩니다. 강한 블루스인듯하면서도, 기존 문법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하드록, 곡에 맞춰 춤 출 수 있는 일렉트로닉 느낌도 들어있습니다. 록이나 블루스 하면 떠오르는 '정형성', 그 특유의 코드 진행에서 조금씩 이탈해 있습니다. 그래서 더 특이한 느낌을 주는 듯 합니다.

 

 윤병주의 노래는 처음 들었습니다. 인상과 참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머리를 박박 밀고, 180cm 키에 덩치도 큽니다. 하드한 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가늘고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ㅅ' 발음을 할 때 마치 영어 'th'소리 즉, 소위 번데기 발음(θ)을 합니다.

 

 이들 음악의 특이함, 더 좋게 말하면 독창성은 멤버들의 다양한 취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윤병주는 블루스, 리듬앤블루스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는 PC통신 시절 ‘헤비메틀 동아리’에서 엄청난 음악 지식과 글 솜씨를 자랑한 바 있습니다. ‘지금 음반 얼마나 있느냐’고 물었더니 “3500장 선에서 유지하려고 애쓴다. 좀 듣다가 안드는 것, 별로 인 것은 남 준다”고 말했습니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김락건은 모양처럼 ‘올맨 브라더스 밴드’ 같은 서던 록을 좋아합니다. 김태현은 ‘너바나’ ‘푸 파이터스’ 등 그런지 록과 ‘머틀리 크루’ 같은 깔끔한 메틀 음악도 선호합니다.

 

 블루스 록이지만 이들은 ‘빠르고 강렬함, 변화무쌍’이 아니라 ‘묵직하고 단순함’에 더 다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10년전부터 갖고 있던 우문(愚問)인 “빠르고 강한 연주를 안하는 거냐, 못하는 거냐, 아님 관심없는 것이냐”을 던졌습니다. 윤병주는 “그런 음악은 우리가 하고 싶은, 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음악이 우리 것에는 안나온다”고 답했습니다. 멋진 ‘카운터 펀치’입니다. 하지만 그도 연주 때 흥이 나면 빠른 아르페지오나 스트로크를 선보입니다.

 

 당초 3집을 이맘 때쯤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서울소닉프로젝트 때문에 미뤄졌답니다. 이제 슬슬 작업을 시작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나오지 않을가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색깔이 들어갈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윤병주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요소가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참 까칠한 ‘인터뷰이’입니다. ㅎㅎ

 

 윤병주는 “우리는 보도자료도 안내고 홍보도 안한다. 근데 요즘 언론을 보니까 홍보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는 이도 있더라. 우리 음악은 블루스 록인데, 헤비메틀이라고 보도자료를 쓴다면 그대로 쓸 것 같았다. 음악 한번 들어보지 않고 그냥 받아서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제게 한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소위 ‘언론 종사자’로서 얼굴이 화끈해졌습니다.

 

 윤병주도 까칠하게 답한 게 면구스러웠던지, 한 마디 보태더군요. “우리가 좋아하는 식인데, 늘 다르다. 레드 제플린은 1집과 9집을 들어보면 음악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음악은 레드제플린 음악이다. 코어가 안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 음악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5월4일 서울 문래동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언더그라운드 페스티벌 ‘51+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또 격주에 하는 클럽공연, 여름에 록 페스티벌 한 군데는 갈 것 같다고 합니다.

Posted by 최우규